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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벙글 러시아가 자원팔이 원툴 국가가 된 이유

현대 러시아는 그 국가 체급에 비해 기형적으로 자원팔이 원툴로 경제가 유지되고 있다. 그런데 과연 러시아가 처음부터 이랬을까? 그것은 아니다. 소련 말기가 되면 생산목표 자체보다는 운송/배분/재고/물류 등이 생산을 막는 병목이 매우 심각하게 보고된다. '바이칼-아무르 간 철도 병목으로 인해 석탄 운송이 지연, 공장 가동 중단' 같이 공장이 멈추는 건 물론이고, "창고에는 의약품이 있는데 정작 일선 병원에는 약이 없다" 등 국민들이 체감하기 쉬운 소비재 쪽에서도 이 문제가 상당하게 나타났음. 이런 비슷한 문제들이 끊임없이 보고되자, 소련 중앙과 각 부처는 열심히 시정명령과 해결책을 내리는 한편 고등경제대학의 경제학자들은 열심히 모델링을 하며 미래를 개선해보고자 했지만 정작 개선이 거의 안 됐음. 수치상으로도 생산 효율성이 계속 박살나고 있으니, 소련 국가계획위원회는 더 많은 돈을 공장 생산설비에 재투자함. 문제는 그게 스탈린 시대에나 잘 먹히던 해결법이었지 후기 소련으로 갈수록 투자 효율이 박살났다는 거임 오히려 GDP 대비 투자비율은 소련이 미국보다도 높았음. 그런데 해마다 생산성은 나락을 감. 우리야 1991년에 소련이 붕괴하는 걸 알고 있다지만, 82년에 보고서 쓰는 사람 입장에서야 '올해 이 공장 생산량이 좀 떨어졌으니까 내년에 예산 편성하고 투자하면 괜찮아겠지??' 정도 문제였을 거임. 그러다 이 양반이 이 문제를 한꺼번에 수술해 보겠다고 정치체제와 경제체제를 아주 큰 축으로 건드려버림 근데 정치력은 아주 형편없어서 군부, 보수파, 각 공화국의 민족주의 전부 통제 못하고 소련 자체가 15개 공화국으로 해체가 되어버렸는데 문제는 소련과 공산주의국가 끼리는 코메콘(상호경제원조회의)이라는 걸 만들어서 각자 자기 나라에서 잘하는 걸 특화한 뒤 나눠서 분업 생산했고 소련 내부에서는 고스플란(Госплан, 국가계획위원회)이 15개 공화국으로 나눠서 중복 투자를 막는답시고 각 공화국마다 산업을 다르게 키워놨다는 거임. 뭐 코메콘이야 소련 붕괴 시점에서는 이미 동유럽 위성국가들이 싹 떨어져 나간 뒤라서 타격이 덜했다 쳐도, 소련 붕괴 직후의 사례를 하나 보자. 톨리야티 시에는 이탈리아 피아트 사와 협력해 만든 세계 최대의 단일 자동차 공장이 있었음. 근데 동유럽 위성국이 다 떨어져 나가고 15개 공화국도 분리독립한 이후의 공장 입장에서 보면 - 차체나 최종 조립은 러시아 내에서도 생산이 가능하고 우리 공장에서 할 수 있음 - 일부 부품은 헝가리나 동독에서 수입해 와야 했지만 1~2년간 시간이 있었기에 어떻게 어떻게 대체했음 - 근데 전장장치나 배선은 우크라이나랑 발트 3국에서 받아와야 함 - 유리랑 타이어는 또 아르메니아랑 벨라루스에서 받아와야 함 이지랄이 나버린 거임. 원래 같은 나라 / 체제에 있다가 한꺼번에 독립을 하고 자기네끼리 주권과 무역 장벽이 뿅 하고 생겨버렸는데 일개 공장이 어떻게 해결하나? 그럼 돈을 주고 수입하면 되지 않냐 싶은데 91년부터 93년까지는 15개 공화국이 소련에서 분리되긴 했지만 일단 러시아 루블을 썼음. 근데 중앙은행은 15개 국가 다 따로임 ㅋㅋ 하지만 러시아 루블은 소련 붕괴가 되자마자 엄청난 인플레이션으로 똥값이 되어가는 중이었고... 몇 달 전만 해도 세계 패권국으로서, 분리된 경제 블록으로서 당연히 루블이 기축통화였던 나라들 입장에서는 달러도 거의 없었음. 송금망이 박살나고, 화폐 가치도 운지해서 거래 자체가 불가능했던 게 저 당시 구소련 국가들의 현실임. 아니 내가 오늘 돈 보내면 내일 받는 다른 공장 입장에선 이미 똥값이 됐다고 ㅋㅋ 그래서 각 공장들은 어떻게 했냐? 진짜 문자 그대로 중세식 물물교환을 했음. 러시아 비료 공장이 공장 돌릴 석탄 필요하면 비료 실어다 카자흐스탄 석탄 광산에 보내고 석탄을 대가로 받아옴... 심지어는 직원들도 개박살나는 화폐로 월급 받기 싫어해서 전기밥솥 감자 이런 생필품으로 월급을 줬음. 당연히 이 생필품들도 공장이 다른 공장/농장이랑 물물교환해서 나온 소비품들임 ㅋㅋㅋ 자본주의든 공산주의든 현대의 화폐 시스템과 물류 시스템 없이는 어떤 산업도 존재할 수 없음. 결국 성장률이 조금 떨어지는 나라일 뿐이었던 소련은 붕괴 이후 91년부터 98년까지 나라가 문자 그대로 개박살나면서 전면적인 산업 붕괴와 문명의 후퇴가 생겨 버림 85년 이전에는 2위, 91년 붕괴 직전 세계 3위던 소련 경제는 저점이던 98년 기준으로 1인당 GDP가 아프리카 알제리, 남아공보다 낮아지고 러시아라는 나라 전체 GDP가 스위스보다 낮았는데 뭐 더 말이 필요함? 그래서 교과서에서 흔히 써 있는 '국가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지어놓은 공장들이 자본주의화됐더니 시장 경쟁력을 잃어 산업이 붕괴했다..'는 아주 단편적으로 압축한 문장에 불과하고 러시아 경제 운지의 원인은 생각보다 좀 복잡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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