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축산식품부 송미령 장관이 최근 전국 농지 전수조사 후속 조치를 발표하면서, 투기 목적이 아닌 관행적·일반적 농지법 위반 사항에 대해서는 농지 처분 명령 등 법적 행정처분을 내리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상속이나 고령화 등 농촌의 현실적 어려움을 고려하여 농민들의 불안을 해소하겠다는 취지 자체는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법률에 엄연히 명시된 위반 행위에 대해 행정부 수장이 임의로 ‘처분하지 않겠다’고 공언하는 것은 행정권의 범위를 넘어선 중대한 논란을 불러일으킵니다.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입니다. 농지법 제11조 및 관련 법령은 농지의 소유·유지·관리 의무를 위반했을 때 지자체장이 처분 의무를 통지하고 처분 명령을 내리도록 명확히 규정하고 있습니다. 행정청의 처분 재량은 어디까지나 법률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행사되어야 하며, 법률 개정이나 특별법 제정이라는 입법적 조치가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장관이 먼저 법 집행 면제를 약속하는 것은 심각한 법률 위반이자 월권행위로 해석될 여지가 큽니다. 농지법 위반 행위에 대한 처분 여부는 법령에 따라 각 지방자치단체장이 개별 사안의 사실관계를 조사하여 결정하는 고유 권한입니다. 중앙부처 장관이 가이드라인이라는 명목으로 법에 정해진 의무 처분을 일랑 무력화하는 지침을 내리는 것은 지자체의 법 집행 권한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법적 안정성과 형평성을 현저히 떨어뜨립니다. 그동안 법을 준수하기 위해 애써온 농민들과의 형평성 문제 또한 피하기 어렵습니다. 농촌의 현실을 반영하여 불합리한 규제를 개선하려는 시도는 반드시 이루어져야 합니다. 하지만 그 수단과 절차 역시 법치주의의 테두리 안에서 정당하게 진행되어야 합니다. 현실에 맞지 않는 농지법 규정이 문제라면 국회와 협의하여 법률을 조속히 개정하거나 정당한 입법 절차를 거치는 것이 순서입니다. 법 개정에 앞서 장관의 말 한마디로 법률 적용을 유예하거나 면제하겠다는 방식은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자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위험한 선례가 될 수 있습니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법적 절차의 정당성을 바로잡아야 합니다. 농민의 불안을 해소하는 길은 행정부의 과감한 ‘법 집행 포기 선언’이 아니라, 국회와의 신속한 협의를 통한 실효성 있는 법 개정입니다. 원칙 없는 행정 편의가 법의 존엄성을 훼손하지 않도록 정부의 신중하고 정당한 법 집행 태도를 촉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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