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오후에 회사에서 이 글 씁니다. 손이 떨려서 일이 안 됩니다. 결혼 3년차고 돌 지난 아이가 하나 있습니다. 아내가 작년부터 중고거래 앱에 빠졌습니다. 처음엔 애 옷이랑 장난감 정리하는 거라 좋다고 했습니다. 집도 좁으니까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안 쓰는 물건이면 다 팔기 시작했습니다. 제 운동화, 제 캠핑 의자, 제가 연애 때 아내한테 받은 시계까지요. 시계는 아내가 준 거니까 그렇다 쳤습니다. 지난주 토요일에 베란다 창고를 열었는데 기타 케이스가 없었습니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젊을 때 치시던 통기타입니다. 제가 고등학생 때 아버지한테 처음 코드 배운 그 기타요. 아내한테 물어보니 아무렇지 않게 그거 팔았어 하더라고요. 몇 년 동안 케이스도 안 열어봤잖아, 자리만 차지하고, 15만원 받았어. 그 말 듣고 아무 말도 안 나왔습니다. 제가 그거 아버지 거라고 결혼 전에 말했다고 했더니 기억이 안 난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렇게 소중하면 자기가 챙겼어야지, 왜 창고에 처박아뒀어. 그날 처음으로 아내한테 소리를 질렀습니다. 아이가 놀라서 울었고 아내도 울었습니다. 결국 제가 애 달래고 아내 달래고, 밤에 혼자 거실에서 그 앱을 깔았습니다. 거래 내역에 구매자 닉네임이 남아 있더라고요.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사정 설명하고 두 배 드릴 테니 다시 팔아달라고요. 아직 답이 없습니다. 읽음 표시도 아직 안 떴습니다. 아내는 다음 날부터 저한테 말을 안 합니다. 본인 잘못도 있지만 제가 애 앞에서 소리 지른 게 더 큰 잘못이라고 합니다. 그 말도 맞는 부분이 있어서 사과는 했습니다. 그런데 아내는 기타에 대해서는 끝까지 미안하다는 말을 안 했습니다. 15만원이면 애 기저귀 몇 박스냐는 말만 했습니다. 아버지 돌아가신 지 6년입니다. 그 기타 말고는 아버지 손때 묻은 물건이 집에 없습니다. 저도 압니다. 창고에 넣어둔 제 잘못도 있다는 거. 근데 그게 남한테 15만원에 넘어갈 일이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점심도 안 넘어가서 지금 앱만 계속 새로고침 하고 있습니다. 답이 오면 무조건 다시 사올 겁니다. 얼마를 부르든요. 구매자 프로필 보니까 악기를 여러 개 사고팔던 분이라 벌써 다른 사람한테 넘겼을까 봐 그게 제일 겁납니다. 제가 지금 화가 나는 게 유난인 건지, 아내가 너무한 건지 누가 좀 말해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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