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출장이 한 달에 세 번이 됐어요

남편이 요즘 집에 있는 날보다 없는 날이 더 많아요
결혼 16년차고 중학생 딸 하나 있어요
원래 남편 회사가 출장이 거의 없는 곳이었거든요. 일년에 한두번 지방 공장 가는 정도였는데 올해 여름부터 갑자기 한 달에 세 번씩 1박2일이 잡히기 시작했어요
처음엔 그냥 그런가보다 했어요. 승진하고 나서 일이 늘었다고 하니까 고생한다고 홍삼까지 챙겨 보냈구요
근데 이상한게 하나둘 보이더라고요
출장 가방을 원래 제가 싸줬는데 언젠가부터 자기가 싸요. 속옷도 새로 산 걸 넣어가요. 제가 사준 게 아니라 본인이 산 거요
야근 하는 날은 저녁 먹었냐고 카톡하면 두세시간 뒤에 응 한 글자 와요. 예전엔 밥 사진까지 찍어 보내던 사람이에요
폰은 원래 식탁에 아무렇게나 두던 사람인데 요즘은 화장실 갈 때도 들고 가고요
지난주 출장 갔다 온 날 셔츠를 세탁기에 넣으려다가 주머니에서 영수증이 나왔어요. 출장지라던 데랑 다른 동네 카페였어요. 커피 두 잔이요
물어봤죠. 아무렇지 않은 척 이거 뭐야 하고
거래처 사람이랑 미팅했대요. 일요일 오후 네시에요
그 말 듣고 더는 아무것도 안 물었어요. 물어보면 또 그럴듯한 대답이 나올 거고 그거 듣는게 더 비참할 것 같아서요
딸은 아빠 요즘 왜 맨날 없냐고 저한테 물어봐요. 일이 바쁘대 하고 웃는데 그 말 하는 제 목소리가 저도 듣기 싫더라구요
제일 서러운건 남편이 저한테 화를 안 낸다는 거예요. 예전엔 사소한걸로 투닥거렸는데 요즘은 제가 뭐라고 해도 그래 알았어 하고 끝이에요. 싸울 마음도 없는 사람처럼요
어제는 남편 생일이라 미역국 끓여놓고 기다렸는데 열한시 넘어서 들어와서 먹고 왔다고 하더라고요
국 냄비 그대로 냉장고에 넣고 식탁에 혼자 앉아서 한참 울었어요ㅠ
딸 방 불 꺼진 거 확인하고 나서야 소리 내서 울 수 있었어요
증거를 잡아야 하나 싶어서 위치추적 앱도 찾아봤다가 그냥 껐어요. 거기까지 하는 제가 너무 초라해서요
친정엄마한테는 말도 못 꺼냈어요. 우리 사위 같은 사람 없다고 동네방네 자랑하시는 분이라
주변에선 남자들 승진하면 원래 바쁘다고들 하는데 그 바쁜 사람이 헬스장은 주 네 번을 가요
그저께 밤엔 남편 자는 동안 폰 비밀번호 눌러볼까 한참 고민했어요. 결혼기념일로 해놨던 걸 언제 바꿨는지 저는 그것도 몰랐더라고요. 손가락이 화면 위에서 몇 번을 멈췄는지 몰라요
결국 못 눌렀어요. 열면 진짜 끝날 것 같아서, 아무것도 없으면 그건 또 그거대로 제가 미친 사람 같아서요
다음 주에 또 출장이래요. 이번엔 2박3일이요
제가 갱년기라 예민한 건지 진짜 뭔가 있는 건지 저도 이제 모르겠어요
냉장고 열 때마다 그 미역국이 보여요

댓글

얼마나 미저리처럼 굴었으면....남자가 온갖 정나미가 떨어졌나보다

백퍼지

어제 끓인 미역국은 냉동실로 옮겨놓고 내년에 다시 내놓으세요. 꽁꽁 언채로...

괜히 남편 의심하고 혼자서 3류드라마 찍으며 비련의 여주인공 행세하지 말고 일을 해라 이년아! 남편이 돈 벌어와 편하게 처먹고 사니 배때지가 불러서 허황된 생각이나 하고 자빠졌지! 니년이 이렇게 퍼질러져 있으니 남편이 니년에게 기대할 게 1도 없어서 아예 관심을 끄고 사는 거라고 이 븅신년아! 징징대지 말고 일을하면서 활동적으로 살아 이년아! 집안에 처앉아 남편 의심하고 상상하지 말고! 천한년!

나는 판 올때마다 니 글이 보여요.. ai야 열일한다 진짜

생일날 미역국 식을 때까지 기다리게 한 놈 그 시점에 이미 답 나온거임 영수증 커피 두잔이면 말 다했음 손절이 답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