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살이었던 제 아이를 성추행한 전 남자친구, 9년이 지나서야 알..

안녕하세요. 이런 글을 쓰게 될 거라고는 정말 상상도 못 했습니다.

살면서 이런 일을 겪는 것도 처음이고, 인터넷에 제 개인적인 이야기를 올리는 것도 처음입니다. 어디에 물어봐야 할지, 누구에게 도움을 청해야 할지도 모르겠어서 너무 절박한 마음에 글을 씁니다.

 

글이 길더라도 한 번만 읽어주시고, 혹시 비슷한 일을 겪으셨거나 법적으로 아시는 분이 계시다면 꼭 조언 부탁드립니다.

 

 

저는 2017년에 사귀기 시작한 남자친구가 있었습니다. 저는 미혼모로 당시 제게는 어린아이가 있었고, 그 사람은 남자친구로 지내면서 제 아이를 함께 돌봐주기도 했습니다. 저도 그 사람을 믿었고, 아이와 함께 있는 것을 크게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그 사람과는 2020년경 관계가 정리되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제 인생이 무너지는 것 같은 이야기를 아이에게 들었습니다.

2017년 당시 겨우 7살이었던 제 아이가, 그 사람이 자신을 재운다며 방에 데리고 들어가 온몸을 만지고 속옷 안으로까지 손을 넣어 성추행했다는 것입니다.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정말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습니다.

 

제가 믿었던 사람이, 제 아이를 함께 돌봐주던 사람이, 제가 모르는 곳에서 그런 짓을 했다는 사실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었습니다. 무엇보다 너무 끔찍한 것은 그때 겨우 7살이었던 아이가 그 기억을 혼자 품고 지금까지 살아왔다는 사실입니다.

저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동안 아이는 성장하면서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학업에 집중하지 못했고, 일탈 행동도 심해졌으며, 감정과 행동을 조절하는 데도 큰 어려움을 보였습니다. 아이가 동성을 좋아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라는 걸 압니다. 다만 아이가 자신의 성적 지향과 과거의 경험을 연결 지어 생각하면서 괴로워하고 있다는 것이 너무 마음이 아픕니다. 저는 그동안 아이가 왜 이렇게 힘들어하는지, 왜 이렇게까지 행동이 달라지는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때로는 아이를 다그치기도 했고, 제가 아이를 잘못 키운 것은 아닌지 자책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아이는 정신적으로 너무 힘든 상태가 되어 서울대학교병원 폐쇄병동에 한 달간 입원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치료 과정에서 아이가 주치의에게 과거의 성추행 경험을 이야기했다고 합니다.

아이는 자신이 지금 이렇게 힘들어진 것이 그때 겪은 일과 깊은 관련이 있다고 느끼고 있었고, 그 기억 때문에 지금까지도 고통받고 있다고 했습니다. 자신의 성적 지향까지도 그 경험 때문이라고 생각하며 괴로워하고 있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주치의 선생님이 저에게 물으셨습니다.

"어머니는 그 이야기를 듣고 도대체 뭘 하셨나요?"

그 말을 듣는데 정말 가슴이 무너졌습니다. 저는 그때까지 아무것도 몰랐습니다.

 

아이가 그런 일을 당했다는 사실조차 몰랐고, 그 어린 나이에 얼마나 무서웠을지, 그 기억을 안고 혼자 얼마나 오랫동안 고통받았을지 생각하면 지금도 숨이 막힙니다. 차라리 제가 당했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듭니다.

제가 조금만 더 아이를 잘 살폈더라면, 그 사람을 믿지 않았더라면, 아이가 그렇게 오랫동안 혼자 아파하지 않아도 됐을 텐데 하는 생각에 하루하루가 너무 괴롭습니다.

약 한 달 전, 처음 이 사실을 알게 된 후 저는 그 사람에게 직접 연락했습니다. 아이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었는데 사실이냐고 물었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은 처음부터 무조건 부인하지 않았습니다. 그런 일이 있기는 했지만, 당시 아이의 온몸에 열이 나는 것 같아서 열이 있는지 확인하려고 만졌다는 식으로 이야기했습니다. 저는 그 말을 듣고 너무 황당하고 기가 막혔습니다. 아이가 열이 있는지 확인하는데 왜 온몸을 만지고 속옷 안에까지 손을 넣어야 하나요? 그런데 너무 갑작스럽고 충격적인 상황이라 그 통화를 녹음하지 못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게 너무 후회됩니다. 이후 저는 그 사람에게 이 일을 그냥 넘어갈 수 없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아이가 어린 시절 당한 일을 지금까지 혼자 감당하며 살아왔고, 그로 인해 얼마나 힘들어했는지 생각하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덮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처음에는 그런 일이 있었다는 취지로 이야기하던 사람이 갑자기 변호사를 선임하더니 태도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이제는 그런 적이 없다고 전면 부인하고 있습니다. 더 황당한 것은 저희는 아직 경찰에 신고하지도 않았고, 고소장을 제출하지도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상대방이 선임했다는 여성 변호사가 계속 연락을 해옵니다.

자신의 의뢰인은 그런 행동을 한 적이 없다고 하면서도, 원만한 협의를 위해 연락을 달라고 합니다.

저는 도대체 무슨 협의를 하자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한 적이 없다면서 왜 계속 협의를 하자고 하는 걸까요? 상대방은 아동 관련 사건이라 최소 5년 징역을 받을 수도 있다면서, 하지도 않은 일 때문에 감옥에 갈 수는 없고 자신을 최대한 방어하겠다는 말도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사람이 법적으로 책임을 지기를 바랍니다.

 

돈을 받고 없던 일로 하고 싶은 마음이 아닙니다. 제 아이가 당한 일을 인정받고 싶고, 그 사람이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해 제대로 처벌받기를 바랍니다. 문제는 너무 오래전 일이라는 것입니다. 사건은 2017년경 중국에서 발생했습니다. 당시 아이는 7살이었고, 그 사람은 30살이었습니다. 벌써 9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습니다. 당시의 CCTV나 직접적인 물증은 없습니다. 제가 처음 통화했을 때 그 사람이 했던 말도 녹음하지 못했습니다. 현재 가지고 있는 것은 아이가 정신과 치료를 받았던 기록, 대학병원 입원 기록, 처방전과 상담 기록 등입니다.이런 기록들이 어느 정도 증거가 될 수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이는 이제 16살입니다.아직 어린 나이인데, 아이가 그동안 어떤 마음으로 살아왔을지 생각하면 정말 미칠 것 같습니다. 저는 엄마이면서도 아이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몰랐고, 아이가 보내던 신호조차 제대로 알아채지 못했습니다. 아이가 힘들어할 때 왜 그러는지 이해하지 못했던 제 자신이 너무 원망스럽습니다. 지금이라도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중국에서 발생한 사건이라 한국에서 고소할 수 있는지, 중국에서 진행해야 하는지, 이렇게 오래전 일도 처벌이 가능한지, 아이의 진술과 정신과 치료 기록만으로 수사가 가능한지 아무것도 모르겠습니다. 상대방 변호사는 계속 원만하게 협의하자고 연락하는데, 제가 그 연락을 받아야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합의라는 것을 해본 적도 없고, 이런 사건에서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지도 모릅니다. 괜히 제가 잘못 대응해서 아이에게 불리한 상황이 생길까 봐 그것도 너무 두렵습니다.

 

제가 바라는 것은 단 하나입니다. 제 아이가 당한 일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묻히지 않는 것입니다.

그 사람이 정말 그런 행동을 했다면 법의 판단을 받고 그에 따른 책임을 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아이가 더 이상 그때의 기억 때문에 혼자 고통받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아이를 지켜주지 못한 엄마로서, 이제라도 아이를 위해 제대로 행동하고 싶습니다.  이런 경우 어떤 변호사를 찾아가야 하는지, 상대방 변호사의 연락에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무엇부터 준비해야 하는지 작은 조언이라도 부탁드립니다.

 

비난을 받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압니다. 저 역시 누구보다 제 자신을 원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자책만 하고 있을 수가 없고 제 아이의 인생이 걸린 문제라 부디 아시는 분이 계시다면 도움 부탁드립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이런 글을 쓰면서도 손이 떨리고, 어디까지 이야기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