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하루에 열 마디도 안 하는 남편 저 말고도 많...

아내랑 사이가 나쁜 건 아니에요 싸우지도 않고요

근데 하루 종일 집에서 한 말을 세어보면 열 마디가 안 됩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잘 잤어 대신 커피 있어?

점심은 아내가 차려주면 고마워 한 번

저녁엔 아이 학원 끝났대? 응 그 정도예요

작년에 회사 그만두고 나서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졌는데 오히려 대화는 더 줄었어요

출근할 때는 그래도 퇴근하면 오늘 뭐 했냐고 물어볼 거리라도 있었거든요

지금은 같은 공간에 하루 종일 있으니까 서로 물어볼 게 없습니다

아내는 거실에서 드라마 보고 저는 방에서 모바일 게임 하고

아이는 중학생이라 자기 방에서 안 나와요

회사를 그만둔 것도 사실 아내랑 제대로 상의를 못 했어요

구조조정 얘기가 나왔을 때 저 혼자 고민하다가 희망퇴직 신청서 내고 그날 저녁에 통보하듯이 말했거든요

아내는 그때도 한참 말없이 있다가 알았어 한마디 하고 설거지를 했어요

그 뒤로 아내가 동네 마트에 파트타임을 나가기 시작했는데 저는 그것도 고맙다는 말 한 번 제대로 못 했습니다

지난 명절에 장인어른이 오셔서 김서방 요즘 뭐 하고 지내냐고 물으시는데 제가 대답을 못 하니까 아내가 대신 요즘 쉬면서 이것저것 알아보고 있어 하더라고요

그 말이 고마운데도 집에 와서 또 아무 말 안 했어요

가끔 동네 사우나 가면 저랑 비슷한 나이 아저씨들이 다 비슷한 얘기를 합니다

집에 가면 할 말이 없다 그냥 밥 먹고 tv 보고 잔다

다들 웃으면서 말하는데 웃을 일은 아닌 것 같아요

한 분은 이혼하고 나서야 아내랑 말이 통하더라고 하셔서 다들 크게 웃었는데 저는 좀 웃음이 안 나왔어요

얼마 전에 아내가 갑자기 우리 이렇게 살아도 괜찮은 거지? 하고 묻더라고요

그래서 왜 무슨 일 있어? 했더니 아니 그냥 하고 다시 드라마 봤어요

그날 밤에 생각해보니까 그게 아내가 몇 달 만에 먼저 꺼낸 진지한 말이었더라고요

저는 그걸 아니 그냥으로 끝나게 둔 거고요

신혼 때는 둘이 무등산 둘레길 걸으면서 세 시간을 떠들어도 할 말이 남았던 사람들인데 말이에요

그때 무슨 얘기를 그렇게 했는지 지금은 하나도 기억이 안 납니다

말을 안 하는 게 편해서 그런 건지 할 말이 없어진 건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어디서부터 다시 말을 꺼내야 할지도 모르겠고요

오늘은 저녁 먹으면서 육전 먹으러 갈까 한마디 해볼까 합니다 아내가 좋아하는 집이 있거든요

댓글

시리즈 1편 2편 이렇게 달아줘야 할듯. 부인분은 결국 일하러 나갔네요 돈도 없는데 육전외식이라니

무직상태가 길어졌는데도 방에서 게임이나 하고, 밥도 안차려(아마 집안일도 안하시겠죠), 애 학원 끝났는지도 와이프한테 물어봐야 알 정도로 육아도 안챙겨… 와이프분이 많이 참고 계신거에요…..

작년에 회사를 그만두신거면 거의 1년을 실직 상태신건데... 저도 아내의 입장이지만 아내가 웃으며 대화하고 싶을까요? 저같음 3개월도 너무 힘들고 지칠거 같아요. 희망퇴직하시고 퇴직금이나 위로금이 어느정도 인지는 모르겠지만 구직중인거 맞으신거죠? 아이도 아직 중학생이라 하시는데 돈도 돈이지만 남편이 직업없이 1년이상 쉬고 있다 생각하면 막막할거 같습니다.... 집에서 하루 몇마디 나누는게 문제가 아니라 하루빨리 직장 잡으시는 게 우선일거 같네요~

일도안하는 주제에 삼시세끼 차려주는 밥 먹는거냐? 본가에서 살았어도 부모한테도 욕처먹었을 인생이구만 식충이와 차이점이 모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