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랑 사는 게 점점 하숙집 같아요

일 그만둔 지 1년 반 됐습니다. 공장 문 닫으면서 나왔고 나이가 나이라 재취업이 쉽지 않네요.
그 뒤로 집에서 제가 어떤 사람이 됐는지 요즘 들어 하나씩 세어보게 됩니다.

아침에 아내가 출근 준비할 때 저는 일어나 있어도 안방에서 안 나가요. 나가면 오늘 뭐 할 거냐는 얼굴을 봐야 하니까요.
아내가 차려놓고 간 반찬이 식탁에 있는데 뚜껑에 포스트잇이 붙어 있어요. 데워 먹어.
그게 하루 대화의 전부인 날도 많습니다.

카드도 바뀌었어요.
원래 제 명의 카드를 같이 썼는데 아내가 작년에 자기 걸로 다 돌렸고 저한테는 체크카드 하나 줬습니다. 한 달에 30만원 넣어주네요.
그걸로 담배 사고 동창 모임 나가면 끝이에요.
며칠 전에 처남이 집에 왔는데 아내가 이이 요즘 쉬어 이러더라고요. 쉬는 거라고 해주는 게 고마워야 하는 건지.

지난달 장인어른 생신 때는 더했어요.
식당 예약부터 봉투까지 아내가 다 했는데 처형이 저 들으라는 듯이 김 서방은 요즘 뭐 해? 묻더라고요.
아내가 대신 알아보는 중이야 하고 넘겼는데 집에 오는 차에서 한마디도 안 했습니다.
운전대 잡은 사람도 아내였고요. 저는 조수석에서 창밖만 봤어요. 제 차인데도요.

애들 앞에서도 그래요.
고2 딸이 학원비 얘기를 저 있는 데서 안 합니다. 엄마 방에 들어가서 문 닫고 해요.
제가 아는 척하면 아빠는 신경 쓰지 마 이럽니다.
밥 먹다가 제가 뉴스 얘기를 꺼내면 둘이 눈을 마주치고 말이 없어져요.

집안일은 제가 다 해요. 빨래 청소 분리수거 장보기.
그런데 아내가 퇴근하고 오면 수건 접은 걸 다시 접습니다. 말없이요.
이 집에서 제가 한 일은 다시 해야 하는 일이 된 거 같아요.
저번엔 김치찌개를 끓여놨는데 아내가 한 숟갈 뜨더니 라면을 끓이더라고요. 맛없다는 말도 안 해요. 그게 더 사람을 작게 만들어요.

며칠 전 저녁에 나 요즘 사는 게 좀 힘들다고 처음으로 꺼냈습니다.
아내가 설거지하다가 안 돌아보고 그러더라고요. 나는 안 힘든 줄 알아?
맞는 말이라 더 할 말이 없었어요.
그 뒤로 둘 다 그 얘기를 다시 안 꺼냅니다.

아내가 잘못한 건 아니에요. 돈 벌어오고 애 키우고 제 밥까지 챙기는 사람이니까요.
그런데 25년을 같이 살았는데 지금은 제가 이 집 세입자 같습니다.
월세도 못 내는 세입자요.
어제는 아내 퇴근 시간에 맞춰 놀이터 벤치에 나가 있다가 불 켜지는 거 보고 들어갔습니다.

댓글

아침은 아내한테 차려주세요 일하는 아내가 당신 아침까지 차리게 하지말고 집안일도 아내가 다시하는거보니 평소에 안해서 별로 안맞춰갔구만 ㅉ

쓰니심정 백번 이해합니다 젊은날에 기세가 등등했어도 누구에게나 힘빠지는날은 오게 마련입니다 다만 조금 일찍 왔을 뿐이지요 너무 기죽지 마세요 그동안 가족을 위해 열심히 살았자나요 부부간에 대화마저 안하면 마음은 더 멀어집니다 나중에는 돌리기도 어색해 집니다 가벼운대화라도 조금씩 해 보세요 실은 나도 정퇴하고 쉽니다 초기에는 더 일을 해야하는건대하면서도 몸이 여기저기 아프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더 심해저서 병원에 돈갔다 바치는 신세가 되었으니 직장을 잡는다는건 엄두도 못내고 있습니다

체크카드 30만원에 조수석 창밖이면 이건 가장이 아니라 손님 대접임 조카 서럽겠다

수건 다시 접는 거랑 체크카드 30만원이면 이건 남편을 가족이 아니라 하숙생 취급하는 거임 아내 쪽이 선 넘은 듯

우선 국가기술자격증 취득을 알아보시고 기능사부터 라도 하나씩 취득하세요 아파트 전기기사도 전기기능사 자격증이 있어야 그나마 채용을 결정합니다 아니면 한식,중식,일식,양식조리기능사, 또는 지게차,굴삭기,로더 자격증도 있습니다 이런 자격증을 취득하셔서 재취업을 노리시는게 좋을듯 합니다

나는 안 힘든 줄 알아? 이거 한마디로 대화 끝낸 거네 고생은 혼자 다 한 척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