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가 말대로 일 그만둬야 되는 건가요

저희 현장에서 지난달에 사고가 있었습니다.
같이 일하던 형님이 비계에서 떨어지셔서 크게 다치셨어요. 다행히 목숨은 건졌는데 아직 중환자실에 계십니다.
병문안 다녀온 날 아내한테 얘기했더니 그날부터 집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어요. 밥상에서 웃는 일이 아예 없어졌습니다.
당장 그만두라는 겁니다.
아내 마음 모르는 거 아니에요. 애가 다섯 살이고 둘째도 뱃속에 있으니까요.
저도 그날 밤에 잠이 안 왔습니다. 눈 감으면 그 형님 안전모가 바닥에 굴러다니던 게 보여요.
근데 그만두면 뭘 합니까.
강원도 이 동네에서 서른여섯 먹은 고졸 남자가 이만큼 받을 데가 없어요.
일당 받아서 대출 갚고 애 키우고 겨우 맞추는 중인데 한 달만 쉬어도 바로 구멍이 납니다.
그랬더니 아내가 장인어른한테 말을 한 모양이에요.
주말에 처가에 갔더니 장인어른이 저를 따로 부르시더라고요.
자네 내 밑으로 들어와라 하십니다. 장인어른이 조그맣게 농기계 수리점을 하시거든요.
월급은 지금의 3분의 2 정도요.
처남도 거기서 일하는데 처남이 저보다 경력이 길어서 저는 그 밑으로 들어가는 겁니다.
처남이 저보다 네 살 어려요.
거기서 밥 먹으면서 처남이 형님 이제 고생 끝났네 이러는데 저는 숟가락만 들고 있었어요.
집에 오는 차에서 내가 생각 좀 해본다고 했더니 아내가 울었습니다.
당신은 애들보다 자존심이 중요하냐고요.
그 말이 틀린 건 아닌 것 같아서 더 할 말이 없었어요.
그런데 저도 일 배운 지 10년입니다. 자격증도 이번에 하나 더 땄고요.
내년이면 반장 얘기도 나오는데 이걸 다 놓고 처가에 들어가서 처남 밑에서 시키는 대로 해야 된다니 그게 잘 안 넘어가요.
사실 장인어른 가게가 요즘 잘되는 것도 아니에요. 처남 월급 밀린 적도 있다는 얘기를 아내가 예전에 했거든요.
그 얘기를 꺼냈더니 그래도 사람은 안 떨어져 죽잖아 하더라고요.
거기에는 저도 할 말이 없었습니다.
요즘 출근할 때마다 안전고리 두 번씩 확인합니다.
아내는 아침마다 말을 안 하고 도시락만 건네주고요.
다섯 살짜리가 아빠 왜 엄마랑 말 안 해 하고 묻는데 그것도 대답을 못 해요.
어제는 뚜껑을 열었더니 밥 위에 쪽지가 있더라고요. 그만둔다고 말만 해줘.
오늘 그 쪽지를 지갑에 넣고 현장에 나갔습니다.
위험한 줄 알면서 계속 다니겠다는 제가 나쁜 남편인 건가요?

댓글

요즘 비계공들 안전수칙만 잘지키면 아주 안전합니다 대부분 사고는 본인 부주의입니다 길가다가 간판 떨어져서 죽을수도 운전하다가 죽을수도 심지어 본인잘못 아닌데도 죽는사람 아주 아주 많습니다. 그게 아니라 치더라도 10년일한 직장 그만두고 다시 시작하는데 그것도 처갓집 젤 쫄따구로 들어간다?? 그게 무얼 뜻하는건지요 와이프한테 물어보세요 시댁 식구들이랑 일할수 있냐고.. 식당이라 치면 시아버지 밑에서 시동생 밑에서 쫄따구로 들어가서 일할수 있겠냐고 과연 할수 있다고 할까요?? 본인입장에서만 생각하면 안되는겁니다... 진짜 이걸 고민하시는거 자체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자동차 사고로 죽는 사람이 얼마나 많냐? 그럼 출퇴근도 걸어서 해야하냐? 아니지 음주운전하는 사람들이 인도를 덮치고, 고령운전자가 운전미숙으로 인도를 덮쳐서 죽으니깐 걸어다녀도 안돼. 그럼 그냥 집에 있어야 하냐? 이불 밖은 어디나 다 위험한 거야. 안전용품 잘 착용하고 안전지키며, 무리해서 하지않으면 된다. 어디든 위험하지 않은 일이 있겠냐? 다 위험한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