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 머리채 잡고 망치로 때리는 성녀 마르가리타의 정체
성녀가 악마의 머리채를 붙잡고 망치로 내려치는 그림
인터넷에서 만든 장난 같은데 사실 오래된 기독교 성인전에 등장하는 장면이라고 함
주인공은 안티오키아의 성녀 마르가리타
정교회에서는 마리나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져 있고, 가톨릭에서는 14성인 중 한 명으로 공경받았던 인물임
전승에 따르면 마르가리타는 로마 제국의 기독교 박해 시기에 살았던 여성으로, 로마 총독 올리브리우스의 구혼을 거절하고 신앙을 지키려다가 감옥에 갇히게 됨
그런데 감옥에 있는 동안 악마가 용의 모습으로 나타나 마르가리타를 공격했다고 함
여기서부터 이야기가 특이해짐
마르가리타는 십자가의 힘으로 용을 물리쳤는데, 악마가 이번에는 다른 모습으로 다시 나타남
그러자 마르가리타는 감옥 구석에 있던 구리 망치를 집어 들고 악마와 직접 맞서 싸움
성인전에 따르면 악마의 뿔을 붙잡고 목을 발로 누른 다음 망치로 머리를 때렸다는 것
말 그대로 신성(물리)
이 장면은 실제로 중세 종교 미술에도 남아 있음
14세기 이탈리아 회화에서도 마르가리타가 악마를 망치로 때리는 장면을 확인할 수 있다고 함
다만 성인전은 역사적으로 검증된 사건 기록이라기보다 종교적 전승에 가까움
마르가리타는 결국 신앙을 버리지 않은 채 순교했다고 전해짐
흥미로운 건 같은 성녀라도 그림마다 악마를 물리치는 방식이 다르다는 점
서방의 성화에서는 십자가로 용을 제압하는 모습이 흔하고, 동방의 성화에서는 악마를 붙잡고 망치질하는 모습도 찾아볼 수 있음
여기서 끝이 아니라 마르가리타는 프랑스의 영웅 잔 다르크와도 연결됨
잔 다르크는 1431년 종교재판에서 성녀 마르가리타와 성녀 카타리나 등의 목소리를 들었다고 증언했음
십자가를 들고 용을 물리치는 성녀이면서, 다른 그림에서는 악마의 머리채를 잡고 망치로 두들겨 패는 성녀
악마 입장에서는 기도하던 사람이 갑자기 망치를 꺼내는 게 더 무서웠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