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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등쌀에 한 결혼

서른하나에 결혼했다 그때 엄마가 매일 전화했어 너 이러다 진짜 혼자 늙는다 친구 딸은 벌써 둘째 낳았다 엄마 죽기 전에 사위 얼굴은 보자 그 말 듣는 게 지겨워서 그냥 소개받은 사람이랑 일 년 만나고 했다 상견례 날 식당 화장실에서 거울 보면서 이게 맞나 한 번 생각했는데 엄마가 밖에서 노크하면서 빨리 나오라고 사돈 기다리신다고 해서 그 생각을 거기 두고 나왔어 착한 사람이었고 지금도 착하다 그게 문제야 착한 거 말고는 아무것도 모르겠어 결혼 3년차 남편이랑 저녁 먹으면서 하는 얘기는 관리비랑 주말에 어느 집 가냐 정도 싸우지도 않아 싸울 만큼 궁금한 게 없으니까 가끔 회사에서 야근하고 들어갈 때 일부러 버스 한 정거장 먼저 내려 그 한 정거장 걷는 시간이 하루 중에 제일 숨 쉬는 시간이야 엄마는 요즘 행복해 보여 동네 사람들한테 우리 사위가 어쩌고 하면서 자랑하고 이번엔 손주 타령을 시작했어 그때랑 똑같은 목소리로 너 이러다 진짜 늦는다 결혼 전에 비혼으로 살겠다고 한 번만 버텼으면 어땠을까 그때 나는 엄마 실망시키는 게 제일 무서웠는데 지금은 이 집에서 이렇게 몇십 년 사는 게 더 무섭다 대학 때 만났던 사람이 있었어 결혼은 안 한다던 사람이라 엄마가 그렇게 반대했었지 그 사람 지금 뭐 하는지는 모르는데 가끔 그 사람이랑 살았으면 적어도 매일 할 얘기는 있었겠다 싶어 그 생각 하는 내가 제일 한심하고 남편한테는 미안해서 이런 얘기 못 해 그 사람도 아마 비슷한 이유로 결혼했을 거야 자기 엄마도 우리 엄마랑 똑같은 소리 했다고 했으니까 둘 다 엄마 숙제하듯이 결혼한 거지 친구들은 남편 착하면 됐지 뭘 더 바라냐고 해 맞는 말인데 그 말 들으면 더 할 말이 없어져 지난주엔 회사 후배가 언니는 결혼하니까 좋아요? 하고 묻더라 좋지 하고 웃었는데 후배가 부럽다고 해서 그 자리에서 커피만 마셨어 뭐라고 말해줘야 할지 몰라서 오늘도 한 정거장 먼저 내렸어 집 앞까지 와서 십 분 서 있다가 들어갔다 남편은 거실에서 웃으면서 왔어 하더라 손주 얘기는 이번엔 진짜 안 들을 거야 남의 숙제로 사는 건 결혼 한 번이면 충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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