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삼남매 중에 첫째예요. 어릴 때부터 엄마가 기분 안 좋은 날이면 제 방에 와서 한참을 얘기하고 가셨어요. 아빠 흉 할머니 흉 돈 걱정 그런 얘기를 초등학생인 저한테 했어요. 동생들은 그런 얘기 들어본 적이 없대요. 이번 명절에 이 얘기를 처음으로 동생들한테 했더니 언니는 엄마랑 친해서 좋았겠다 하더라고요. 그 말 듣고 정말 할 말이 없었어요. 저희 집은 비교가 기본이었어요. 둘째가 성적 떨어지면 괜찮아 다음에 잘하면 돼였는데 제가 떨어지면 너는 첫째가 돼서 동생들 보기 부끄럽지도 않냐였어요. 막내가 접시 깨면 다친 데 없냐고 했고 제가 깨면 너는 왜 맨날 덤벙대냐고 했어요. 동생들은 대학 때 용돈 받았고 저는 과외해서 제 등록금 반을 냈어요. 둘째 결혼할 땐 엄마가 전세금 보태줬고 저는 결혼할 때 너는 알아서 잘하니까 하면서 아무것도 없었어요. 그게 서운하다는 말을 지금까지 한 번도 못 했어요. 서운하다고 하면 첫째가 그런 걸 따지냐는 말이 돌아올 걸 아니까요. 문제는 지금이에요. 제 딸이 지금 일곱 살인데 며칠 전에 딸이 우유를 쏟았을 때 제가 너는 왜 맨날 그러냐고 소리를 질렀어요. 말하고 나서 제가 제일 놀랐어요. 엄마 목소리가 제 입에서 그대로 나오더라고요. 남편은 그 정도는 다들 한다고 하는데 저는 그날 밤에 잠을 못 잤어요. 둘째 낳을 생각도 있었는데 지금은 자신이 없어요. 첫째한테 제가 받은 걸 그대로 줄까 봐서요. 엄마는 요즘도 전화하시면 둘째가 힘들다더라 막내가 이직했다더라 하고 동생들 소식만 전하세요. 제 소식은 한 번도 안 물어보세요. 어릴 땐 엄마 얘기를 들어주는 게 제 역할이었고 지금은 동생들 소식을 들어주는 게 제 역할이에요. 서른여덟인데도 그 방에서 엄마 얘기 듣던 열 살짜리에서 한 발짝도 못 나온 것 같아요. 이제라도 엄마한테 한 번은 말해보고 싶은데 막상 전화가 오면 또 응 엄마 하고 듣기만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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