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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집에 제 자리는 현관 신발장 한 칸입니다

결혼한 지 8개월 됐습니다 신혼집 계약은 반반 했고 인테리어는 아내가 하고 싶다고 해서 맡겼어요 제가 센스가 없는 건 인정하니까요 근데 완성된 집에서 제 물건이 갈 곳이 없습니다 하나씩 적어보면 제 게임기는 거실 톤이랑 안 맞는다고 박스째 베란다 창고에 있습니다 제 책상은 원룸 살 때 쓰던 건데 집 분위기 깬다고 당근에 팔았고 대신 산 건 아내 화장대입니다 작은방은 원래 제 서재로 하기로 했는데 지금은 아내 드레스룸입니다 제가 쓰던 검은 이불은 무드 깨진다고 버리고 흰색 리넨으로 바꿨어요 커피 한 방울만 흘려도 티 납니다 화장실 선반에는 아내 화장품이 스물몇 개 있고 제 면도기는 세면대 아래 서랍에 들어가 있어요 냉장고 문에 자석 붙이면 안 된다고 해서 제가 모은 여행지 마그넷은 신발장 안쪽에 붙어 있습니다 소파도 아내가 고른 베이지색 패브릭인데 저는 거기 눕지 못합니다 머리 기름 묻는다고요 퇴근하면 식탁 의자에 앉아서 휴대폰 보는 게 제 휴식이에요 그래서 집에서 제 자리는 현관 신발장 한 칸이라고 농담했더니 아내가 그것도 많이 양보한 거라고 하더라고요 진심으로요 친구들 집들이 왔을 때 다들 집 예쁘다고 난리였습니다 누가 인테리어 업체 어디냐고 물으니까 아내가 제가 다 했어요 하면서 웃었고요 그 옆에서 저도 웃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게 하나도 없는 집인데 다들 예쁘다고 하니까 할 말이 없더라고요 반반 냈으면 집도 반은 제 취향이어야 하는 거 아닌가 싶은데 그 얘기를 꺼내면 또 당신이 뭘 알아 소리 들을 게 뻔합니다 어젯밤엔 베란다 창고에서 게임기 박스 열어보다가 아내한테 거기서 뭐 하냐고 들켰어요 제 집에서 제 게임기 보다가 들키는 기분 생각보다 비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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