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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 대학 가면 졸혼하자는 아내

이런 고민을 어디다 해야 할지 몰라서 여기 적어봅니다. 결혼 24년차이고 대학생 아들 하나, 고3 딸 하나 있습니다. 지난주 일요일 밤에 아내가 식탁에서 조용히 얘기를 꺼냈습니다. 딸 대학 들어가면 우리 졸혼하자고요. 이혼은 아니고 각자 살고 싶은 데서 살자고 했습니다. 처음엔 농담인 줄 알았어요. 근데 아내 표정이 너무 담담해서 오히려 무서웠습니다. 이미 오래 생각한 얼굴이었어요. 아내 말은 이렇습니다. 애들 키우느라 24년 동안 자기 이름으로 산 적이 없다. 당신이 나쁜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이제 혼자 살아보고 싶다. 고향 근처 바닷가에 작은 집 하나 얻어서 그림 그리면서 살고 싶다. 저는 아무 말도 못 했습니다. 제가 뭘 잘못했냐고 물으니까 잘못한 건 없다고 해서 더 할 말이 없었어요. 그날 이후로 계속 생각해봤습니다. 저희가 마지막으로 둘이 여행 간 게 언제인지 기억이 안 납니다. 저녁은 각자 먹은 지 오래고 주말엔 저는 낚시 아내는 친구들이었어요. 싸우지는 않았지만 대화도 없었던 것 같아요. 며칠 전에 대학 동창 장례식에 갔다가 동기 부부를 만났습니다. 둘이 나란히 앉아서 서로 국 식었다고 바꿔주고 신발 끈 묶어주더라고요. 저도 모르게 한참 쳐다봤습니다. 솔직히 많이 부러웠어요. 저 친구네도 저희랑 비슷하게 결혼했는데 어디서부터 이렇게 달라졌는지. 아내를 붙잡고 싶은 마음이 큰데 붙잡을 자격이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부터라도 잘하겠다고 하면 늦었다고 할 것 같고요. 반대로 아내 말대로 해주는 게 24년 동안 고생한 사람한테 해줄 수 있는 마지막 배려인가 싶기도 합니다. 딸 수능이 한 달 조금 넘게 남았습니다. 그때까지는 애들한테 티 내지 말자고 아내랑 약속했어요. 그래서 집에서는 아무 일 없는 척하는데 저 혼자 밤마다 거실에 앉아 있습니다. 아내가 원하는 대로 보내주는 게 맞을까요, 아니면 지금이라도 붙잡아보는 게 맞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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