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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맨밥 (1) 모든 건 일사병 때문이다.

밥은 이따금씩, 이 터질 것 같은 마음이 차라리 저를 붕괴시킨다면 좋겠다라고 생각했다. 금간 둑을 기어코 무너트리는 물줄기처럼 마음이 가감없이 튀어나온다면 차라리 후련할까. 어지러운 밥의 마음도 모르고 반질반질 잘난 구릿빛 네모가 돌아다니는 꼴에 배알마저 꼴리는 것 같을 때면 더욱 그랬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인생. 밥은 누군가는 너드, 누군가는 똑똑이. 라고 금세 판 찍어버리는 자신의 삶에 대해 어떠한 감흥도, 실망도 느끼지 않고 살아왔었다. 다른 이들에게 저가 어떻게 비춰지는가에 대해 한평생 무감했다. 그러나 행맨 앞에선 유독 그게 어려웠다. 낯선 저는 유독 작고, 겁쟁이 같았다. '저 얼굴만 아니었다면...' 밥은 내심 혀를 찼다. 저 얼굴만 아니었다면, 평생 이런 이상한 마음을 모를 수 있었을까? 하지만 밥도 사실 알고 있다. 백맨의 몸이나 얼굴이 근사한 건 맞지만, 비행에 대한 집념과 본능적인 움직임, 강한 에고마저도 꽤 매력적임을. 그럴 수가 없건만, 그래선 안되건만. 어느새 자신은 그 내면마저 행맨의 매력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정말이지 피닉스가 몰라서 다행인 생각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현실이 그런걸. 밥은 하릴 없이 애꿎은 행맨의 얼굴과 몸만을 탓했다. 저, 잘난 얼굴과 몸이 문제라고. 지금도 보라. 저런 콧날로. 저런 웃음으로. 저런 성난 근육으로 돌아다니면 누가 홀리지 않겠어? ..와, 근데 몸 진짜 좋다. 나도 헬스라도 할까? 유독 근육이 잘 안 붙는 제 몸에 자신이 없어 구태여 티셔츠를 입은 것은 아니나, 괜히 또 자신이 작아보여 셔츠 안에 몸을 더듬었다. 울끈불끈한 근육보단 훈련을 견디며 겨우 군인다운 구색을 맞춘 판판한 몸이 만져졌다. 흠... 아닌가, 숱하게 먹어온 햄버거가 말랑하게 잡히지 않는 것만으로 감사해야 하나..? 때아닌 자아성찰에 정신이 팔려 있던 밥을 행맨이 깨웠다. "베입, 더워?" - 때아닌 질문과 저 호칭에 솔직히 어디서부터 지적해야할지 모르겠다고 밥은 생각했다. 이상하네. 내가 왜 네 베이비지? 시니컬하게 답변하기엔 정말 제 아기라도 보는 듯 한껏 걱정을 담은 눈빛이 간지러웠다. 그럼 덥지. 넌 더우면 그렇게 벗어야만 해? 행맨을 쏘아붙이기엔 밥은 좋아하는 이에게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 사람이었고, 가볍게 스몰톡을 즐기기엔 실시간으로 마음을 담은 심장이 너무 빠르게 쿵쾅거려 입을 여는 순간 심장이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젠장, 그럼 뭐라 답해야 하지? 평소 자부해온 두뇌가 팽팽 소리를 내며 과부하되고 있건만 그럴 듯한 답변이 생각나지 않았다. 그래서 밥은 결국 입을 다무는 걸 선택했다. 그냥 Socialy Aqward 1 되는 거지 어떡하겠어. 저 틴에이지 시절엔 쿼터백이었을 거 같은 저 인싸 네모에게 이미 본인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텐데. 빠른 메타인지로 나대는 심장을 다잡으며. 가까스로 고개만 좌우로 움직이는 밥에게 행맨은 더더욱 밥의 마음에 불을 지를 행동을 했다. 펌핑된 구릿빛 문짝이 훅 밥 쪽으로 다가오더니, 갑자기 불쑥 밥의 얼굴 앞에 제 얼굴을 들이미는 게 아닌가. 그리고는 그 투박한 손으로 밥의 머리카락을 가로질러 얼굴 이곳저곳을 가볍게 만져보기까지 했다. 밥은 단말마를 뱉지도 못해 삼켰다. "베입. 너 - 거 같아. -라고 끼고 있는 게 낫지 않아?" 웅웅, 행맨이 뭐라고 말을 걸어왔지만. 몇군데가 지워진 듯 들려 뜻을 판별할 수 없었다. 그저 덥고, 멍하고, 그 와중에 눈 앞의 황홀한 광경을 즐기고 있자니, 행맨은 걱정어린 눈길로 또 다감하게 저를 들여다봤다. 올리브색 눈이 정말 근사했다. "와.. 조각상이다, 진짜..." 아마도 그런 말을 저도 모르게 뱉은 것 같다. 아무래도 그러니 행맨이 그렇게 놀란 표정을 지은 거겠지. 충격받은 행맨을 시야의 끝으로, 암전이었다. -> 로버트 플로이드, 38.1도씨. 일사병. -------------- 혐생을 이겨내고 글을 쓰게 하는 건 댓글일지도.. 내가 봐도 허접한 글이었는데 좋아해주니 고마워서라도 잇게 된다.. 그저 감사.. 다음은 행맨 side인데 너네 언제 손잡고 설왕설래하고 필사의 어필 끝에 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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