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의 관계를 기브 앤 테이크로 환원하고, 나 자신을 타인에게 내어주기 싫은 감각이 있다. 나는 이용당했다. 내 선의에 대한 보상은 없었고, 그 서운함이 쌓여 인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되었다. 그래서 나는 그러지 말아야지, 다짐했다. 상대방의 호의나 베풂에는 정확히 보상하고, 정산하는 사람이 되기로. 처음에는 그게 공정하다고 믿었다. 빚지지 않고, 빚지우지 않으면 누구도 서운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런데 정확히 정산할수록 관계는 깔끔해졌고, 마음은 더 피곤해졌다. 모든 호의가 청구서로 보이기 시작했다. 누군가 이유 없이 잘해주면 고마움보다 먼저 '이걸 언제, 얼마로 갚아야 하지?'라는 계산이 올라왔다. 그러다 깨달았다. 나는 모든 관계를 거래로 만들고 있었다. 거래는 실패해도 아프지 않으니까. 애초에 상처받을 만한 관계 자체를 만들지 않는 방식으로 나를 지키고 있었던 거다. 정산은 나를 만만하지 않게 만들어줬지만, 동시에 누구에게도 기대지 않게 만들었다. 이제는 안다. 내가 지키고 싶었던 건 공평함이 아니라, 다시는 그 서운함을 느끼지 않겠다는 다짐이었다는 것을. 그래서 이제는 조금 늦게 갚아보려고 한다. 바로 0으로 만들지 않고, 48시간 정도는 그 빚을 마음에 두어보려고 한다. 그 어정쩡한 부채감이 어쩌면 우리가 다시 볼 사이라는, 가장 인간적인 증거일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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