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화요일 새벽에 친할아버지가 돌아가셨어요 아흔둘이셨습니다 저 어릴때 부모님 맞벌이라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까지 할아버지 할머니 손에서 컸어요 저한텐 그냥 할아버지가 아니라 거의 아빠였습니다 연락 받자마자 회사에 경조휴가 내고 짐 싸는데 와이프가 그러더라구요 당신은 가는데 나랑 애들은 발인날 하루만 갔다오면 안되냐고 큰애 학원 시험이 목요일이라 빠지면 안된다고요 솔직히 이건 이해했어요 애들까지 3일 있을 필요는 없으니까 근데 그 다음 말이 문제였어요 당신도 그냥 첫날 갔다가 밤에 올라오고 발인날 다시 내려가면 안돼? 거기서 자는거 불편하잖아 장례식장이 경북 상주라 화성에서 왕복 다섯시간 걸립니다 첫날 갔다 밤에 올라오고 이틀 뒤에 다시 내려가라는 거예요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이유를 물어보니까 수요일에 자기 친구들이랑 저녁 약속이 있는데 애들 봐줄 사람이 없대요 진짜 그 말 듣고 할 말이 없더라구요 할아버지 돌아가셨는데 친구 저녁 약속이요 결국 저는 3일 다 있었고 와이프랑 애들은 발인날 아침에 왔다가 화장장까지도 안 가고 점심 먹고 바로 올라갔습니다 사촌들이 형수는 많이 바쁘신가보다 이러는데 제가 다 창피해서 얼굴을 못 들겠더라구요 작은아버지는 아무 말씀 안 하시다가 저녁에 조용히 부르셔서 니 처는 원래 그러냐고 물어보시더라구요 뭐라고 해야 할지 몰라서 요즘 애들 학원이 바빠서요 하고 말았습니다 그 말 하면서도 제가 한심했어요 할머니는 끝까지 손주며느리 얼굴 한번 제대로 못 보셨어요 더 열받는건 작년 처가 큰아버님 돌아가셨을때에요 그땐 와이프가 3일 내내 있었고 저도 연차 이틀 써서 같이 있었어요 애들도 학원 다 빼고 데려갔습니다 그때 와이프가 한 말이 아직도 기억나요 가족 일인데 당연히 끝까지 있어야지 처가 큰아버님은 가족이고 제 친할아버지는 당일치기 대상인가봐요 발인 끝나고 사촌형네 부부가 둘이 손 꼭 잡고 끝까지 할머니 옆에 있는거 보는데 그게 그렇게 부럽더라구요 저는 혼자 영정 들고 서 있었는데 제가 와이프한테 이렇게까지 서운한건 처음이라 며칠째 얼굴을 제대로 못 보고 있어요 집에 와서 얘기 꺼내니까 와이프는 애들 시험이 더 중요하지 않냐 할아버지도 이해하실거다 이러고 끝이에요 할아버지가 이해하실지는 모르겠고 저는 이해가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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