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가
← 이전 글
다음 글 →

불러오는 중

↔

화면을 좌우로 스와이프하여 다음/이전 글로 넘겨보세요

📰
이슈
- ·
0
|

아내가 아이돌 덕질에 쓴 돈을 정리해봤습니다

결혼 3년차입니다. 아내가 결혼 전부터 남자 아이돌 그룹을 좋아했던 건 알고 있었어요. 취미니까 존중하자고 생각했고 지금도 취미 자체를 뭐라고 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런데 이번 달 카드 명세서를 보고 생각이 바뀌었어요. 회사에서 자재랑 구매 쪽 일을 하다 보니 숫자 정리하는 게 습관이라 올해 아내가 덕질에 쓴 돈을 쭉 뽑아봤습니다. 콘서트 티켓 올해만 서울 공연 두 번, 지방 공연 한 번 갔어요. 티켓값도 티켓값인데 지방 공연은 KTX에 숙소까지 잡았더라고요. 앨범 같은 앨범을 열두 장 샀어요. 포토카드가 랜덤이라 원하는 멤버가 나올 때까지 샀답니다. 팬사인회 응모도 겸한 거라는데 열두 장 사고도 떨어졌대요. 다음엔 스무 장은 사야 된다고 하더라고요. 베란다에 뜯지도 않은 앨범 박스가 쌓여 있어요. 팝업스토어랑 굿즈 성수동 팝업에 세 번 갔고 갈 때마다 십만 원 넘게 썼어요. 응원봉은 새 버전 나왔다고 또 샀고요. 생일카페 멤버 생일이라고 카페 투어를 다니는데 컵홀더 받으려고 음료를 하루에 다섯 잔씩 시켰더라고요. 다 마시지도 못하고요. 남은 음료는 제가 다 마셨고 그날 밤에 잠을 못 잤습니다. 전부 합치니까 제 석 달 치 월급이 조금 넘었습니다. 엑셀을 보면서도 믿기지가 않아서 두 번 다시 계산해봤어요. 틀린 데가 없었습니다. 억울한 건 따로 있어요. 저는 지난봄에 낡은 등산화 바꾸고 싶다고 했다가 그 돈이면 적금을 하나 더 넣자는 말을 들었어요. 그래서 안 바꿨습니다. 지난달엔 닌텐도 게임 하나 산 걸로 쓸데없는 데 돈 쓴다고 한 소리 들었고요. 제 취미는 쓸데없는 거고 아내 취미는 힐링이랍니다. 아내 생일에 가방 사준다고 했을 때도 그 돈으로 차라리 공연 하나 더 가겠다고 했던 사람이에요. 처제한테 슬쩍 물어보니까 언니 원래 그랬다고, 결혼하면 좀 줄 줄 알았다고 하네요. 명세서 정리한 걸 보여줬더니 이걸 뽑아놓은 게 더 소름 돋는다고, 사람을 감시하냐고 하네요. 감시가 아니라 우리 집 돈이니까 같이 보자는 건데요. 저는 제 용돈 내역도 다 보여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남자들은 술값으로 그 정도는 쓴다고 하는데 저는 술도 거의 안 마십니다. 하이볼 한 잔이면 얼굴 빨개지는 사람이에요. 다음 달에 또 공연이 있다는데 이번엔 해외라고 하네요. 그 얘기 듣고 저도 그냥 등산화 사러 갈까 싶어요. 제일 비싼 걸로요.

댓글 0

댓글을 작성하려면 회원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댓글을 불러오는 중...

© DAMPI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