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시댁 점심 자리에서 얼굴이 빨개진 얘기예요. 결혼 4년차고 아직 아이는 없어요. 남편이랑 저는 각자 월급에서 같은 금액을 공동 통장에 넣고 나머지는 각자 관리해요. 결혼할 때 둘이 정한 방식이고 지금까지 큰 문제 없었어요. 그날 시어머니가 갈비찜을 해주셨는데 상 차리시면서 저한테 그러시더라고요. 새아가 매달 신경 써줘서 고맙다, 덕분에 아버님 약값 걱정 안 한다. 저는 무슨 말씀인지 몰라서 네? 무슨... 하고 남편을 봤어요. 남편은 그 순간 고개 숙이고 국만 떠먹고 있었고요. 시어머니가 한 번 더 그러셨어요. 왜 매달 30만원씩 너희가 보내주잖니, 나는 니가 허락한 줄 알았지. 그 자리에서 아 네 하고 웃었는데 얼굴이 화끈거려서 혼났어요. 시아버지는 고맙다고 제 잔에 술까지 따라주시는데 저는 그 돈이 언제부터 나간 건지도 모르는 상태였거든요.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몰랐어요. 아주버님네가 옆에서 듣다가 우리는 명절에만 드리는데 동생네는 대단하다고 하시는데 거기다 대고 저도 몰랐어요 할 수도 없잖아요. 그래서 그냥 별거 아니에요 하고 웃었어요. 제가 한 것도 아닌데 별거 아니라고 말하는 제 목소리가 제 귀에도 이상하게 들렸어요. 집에 오는 차 안에서 물어봤어요. 언제부터야? 작년 봄부터. 왜 말 안 했어? 내 월급에서 보내는 거니까 굳이 말할 필요 없다고 생각했지. 틀린 말은 아니에요. 공동 통장 돈은 한 푼도 안 건드렸고 남편 몫에서 나간 거니까요. 근데 시어머니는 제가 허락한 줄 아셨고 고맙다는 인사를 저한테 하셨잖아요. 나만 모르는 고마움을 받는 게 이렇게 민망한 일인 줄 몰랐어요. 더 웃긴 건 저도 친정엄마 휴대폰 요금을 2년째 대고 있다는 거예요. 남편한테는 말 안 했어요. 제 월급에서 나가는 거니까요. 차 안에서 그 얘기를 꺼낼까 하다가 그냥 입 다물었어요. 남편 입장에서는 똑같이 몰랐던 거니까 제가 따질 자격이 있나 싶어서요. 그날 밤에 혼자 가계부 앱을 열어서 둘이 각자 나가는 돈을 다 적어봤는데 금액은 남편 쪽이 조금 더 많더라고요. 그래도 시어머니 앞에서 몰랐던 티를 낸 건 두고두고 창피해요. 다음 달에 시댁 또 가는데 시어머니 얼굴을 어떻게 봐야 할지 모르겠어요. 남편은 엄마는 눈치 못 챘을 거라는데 그날 시어머니가 설거지하시면서 저를 두 번이나 돌아보셨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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