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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님 실수를 또 제가 뒤집어썼습니다

금요일 오후에 근무 교대하고 나서 쓰는 글입니다. 아파트 경비 일 한 지 4년 됐습니다. 지난주에 택배 보관함 비밀번호 시스템이 바뀌었습니다. 공지문은 관리소장님이 직접 쓰셨고 저는 받아서 붙이기만 했습니다. 근데 공지문에 비밀번호 확인 방법이 틀리게 적혀 있었습니다. 동 번호랑 호수를 반대로 적어놓으신 거죠. 그 바람에 사흘 동안 주민분들이 택배를 못 찾았고 민원이 스무 건 넘게 들어왔습니다. 입주자 대표 회의에서 이 얘기가 나왔는데 소장님이 이렇게 말씀하셨답니다. 경비원이 공지문을 붙이면서 확인을 안 했다 저는 그 자리에 없었습니다. 동료한테 전해 들었습니다. 다음날 소장님이 저를 불러서 앞으로는 붙이기 전에 꼼꼼히 보라고 하시더군요. 마치 제 실수였던 것처럼요. 이게 처음이 아닙니다. 작년에 주차 스티커 발급 누락 건도 소장님이 서류를 빠뜨리신 건데 경비실 전달 과정에서 빠진 걸로 정리됐고 올해 봄 엘리베이터 점검 날짜 착오도 결국 경비원이 안내를 잘못했다로 끝났습니다. 저는 시키는 대로 붙이고 전달하고 안내만 했습니다. 나이 마흔넷에 이 일 하면서 자존심 세울 생각은 없습니다. 근데 남의 실수까지 제 이름으로 기록되는 건 좀 다른 문제 같습니다. 계약직이라 재계약 때 이런 기록이 쌓이면 불리하다는 것도 압니다. 동료들은 원래 그런 사람이니까 그냥 넘기라고 합니다. 따지면 너만 찍힌다고요. 근데 넘기면 다음에 또 이럴 거라는 게 너무 분명해서요. 입주자 대표님께 직접 사실관계를 말씀드리는 게 맞을지 아니면 그냥 공지문 사진이라도 다 찍어두고 버티는 게 나을지 진짜 모르겠습니다. 오늘도 소장님은 퇴근하면서 수고했다고 어깨를 두 번 치고 가셨습니다. 그게 더 허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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