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남편이 짐을 싸서 시댁에 갔어요. 이유가 수건이에요. 저희 집은 수건을 삼등분으로 접어서 테두리 박음질 부분이 안쪽으로 가게 넣어요. 욕실 선반에 넣을 때 접힌 쪽이 앞으로 와야 하고요. 그래야 꺼낼 때 한 장씩 깔끔하게 빠지고 보기에도 정돈돼 보여요. 결혼할 때부터 남편한테 여러 번 설명했고 남편도 알겠다고 했어요. 수건만 그런 건 아니에요. 신발은 현관 타일 줄에 맞춰서 앞코가 밖을 보게 놓기. 분리수거 페트병은 라벨 떼고 찌그러뜨려서 뚜껑 따로. 냉장고 반찬통은 뚜껑 색깔별로 칸 나눠서. 제가 집에 있는 시간이 많으니까 이 정도는 맞춰줘야 제가 덜 힘들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남편이 몇 달 전부터 수건을 그냥 반 접어서 막 쑤셔 넣어요. 처음엔 바빠서 그런가 하고 제가 다시 접었어요. 한 달이 지나도 계속 그래서 선반에 수건 접는 순서를 프린트해서 붙여놨어요. 그게 그렇게 기분 나빴나 봐요. 그 뒤로 남편이 일부러 수건을 더 대충 넣는 것 같았어요. 어떤 날은 젖은 수건을 그대로 개서 넣어놔서 선반 전체에 꿉꿉한 냄새가 밴 적도 있고요. 그날은 수건 열두 장을 전부 다시 빨았어요. 어제 저녁에 또 반 접힌 수건이 들어가 있길래 남편 불러서 이거 다시 접으라고 했어요. 남편이 그 자리에서 수건을 바닥에 던지면서 그러더라고요. 내가 이 집에서 수건 하나 마음대로 못 접고 살아야 돼? 십오 년을 숨 막혀서 못 살겠다. 그러고는 방에 들어가서 가방 싸서 나갔어요. 진짜 어이가 없어서 말이 안 나왔어요. 제가 뭘 그렇게 큰 걸 바랐나요. 바람을 피운 것도 아니고 돈을 쓴 것도 아니고 그냥 집안 규칙 지켜달라는 거였잖아요. 제 친구 남편은 친구가 정해준 대로 빨래 개고 설거지도 순서대로 한대요. 친구가 말 한 번 하면 바로 고친다고요. 그 얘기 들을 때마다 너무 부러웠어요. 저는 십오 년 동안 같은 말을 백 번은 했는데 우리 남편은 왜 못 하는 건지. 시어머니한테 전화가 왔는데 얘야 수건 좀 아무렇게나 접으면 어떠니 하시는 거예요. 저는 그 말이 더 서운했어요. 수건이 문제가 아니라 제 말을 무시하는 게 문제인데 아무도 그걸 몰라줘요. 남편은 오늘 아침에 카톡으로 당분간 생각 좀 하고 싶다고만 보냈어요. 저는 지금 욕실에서 남편이 던진 수건 다시 삼등분으로 접어서 넣어놨어요. 프린트도 새로 뽑아서 다시 붙였고요. 이게 그렇게 이상한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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