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모님이 제 퇴근 시간을 저보다 더 잘 아십니다. 작년 이맘때 아내가 서로 위치 공유 앱을 켜자고 했습니다. 제가 출장이 잦고 밤늦게 운전하는 날이 많아서 걱정된다는 이유였어요. 저도 숨길 게 없으니까 그러자고 했고 1년 동안 켜놓고 살았습니다. 좋았던 점부터 말씀드리면 퇴근길에 따로 연락 안 해도 아내가 제 위치 보고 저녁 시간을 맞춥니다. 마트에 있을 때 근처면 아내가 장 볼 거 추가로 보내주고요. 아이 학원 픽업도 누가 더 가까운지 보고 정하니까 편하긴 했습니다. 불편했던 점은 생각보다 사소한 데서 나왔습니다. 회사 근처 카페에 한 시간 앉아 있었더니 저녁에 거기서 뭐 했냐고 묻더라고요. 그냥 자료 정리했다고 했는데 그 뒤로 비슷한 질문이 몇 번 더 있었습니다. 동창 모임 끝나고 2차를 갔을 때도 그 주소가 어디냐고 물었고요. 의심한다기보다는 궁금해서 묻는 거라고 했고 저도 그렇게 받아들였습니다. 문제는 지난달입니다. 처가 식사 자리에서 장모님이 김서방 요즘 금요일마다 늦게 들어오던데 회사 일이 많냐고 하셨어요. 처음엔 아내가 얘기했나 보다 했습니다. 근데 장모님이 휴대폰을 보여주시면서 이거 보면 다 나오던데 하시는 겁니다. 아내가 친정 가족 그룹에 저를 같이 넣어놨더라고요. 장모님 장인어른 처제까지 제 위치를 볼 수 있는 상태로 반년 넘게 지냈던 겁니다. 집에 와서 물어보니 아내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습니다. 가족끼리 서로 안전 확인하려고 만든 그룹이고 당신도 가족이니까 넣은 거다 엄마가 매일 보는 것도 아니고 가끔 걱정돼서 보는 거다 솔직히 말이 안 나왔습니다. 금요일마다 늦은 건 팀 회식이랑 야간 회의였고 그건 아내도 다 아는 일입니다. 근데 그걸 장모님은 따로 보고 계셨고 저는 그걸 식사 자리에서 처음 안 거죠. 아내한테 그룹에서 빼달라고 했더니 그럼 엄마가 무슨 생각을 하겠냐고 합니다. 뭐 숨기는 거 있는 사람처럼 보인다고요. 처제는 한술 더 떠서 형부 요즘 헬스장 열심히 다니시던데요 하고 웃더라고요. 농담인 건 알지만 그 말 듣고 밥이 잘 안 넘어갔습니다. 지금은 앱은 그대로 켜져 있습니다. 끄면 그게 또 일이 될 것 같아서요. 대신 요즘은 퇴근길에 괜히 돌아가는 길을 안 탑니다. 편의점 하나 들르는 것도 한 번 더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1년 써보고 남는 결론은 위치 공유는 둘만 할 때까지만 편하다는 겁니다.
📰
이슈
-
·
-
·
0
|
댓글 0
댓글을 작성하려면 회원 로그인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