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맞벌이 개념을 잘못알고있나요?
주변에 물어보면 다들 "네가 뭘 잘못했으니 그러겠지, 그건 맞벌이가 맞다." 소리만 해서, 제가 정말 맞벌이에 대한 개념을 모르는 건지 객관적인 얘기를 듣고 싶어 글 올립니다. 길어도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는 작은 식당을 18년째 하고 있습니다.
경기 침체탓인지, 올해 장사가 많이 꺾여서 생활비가 걱정되어 1월부터는 낮에 보험 일도 같이 시작해보고 있습니다. 아침 9시에 보험 사무실에 나가고, 오후 3시쯤 가게로 가서 장사 준비를 하고, 마감하면 보통 밤 11~12시, 늦으면 새벽입니다. 쉬는 날은 일요일 하루입니다.
아내는 동네에서 직원 없이 작은 미용실을 혼자 하고 있고, 아이는 11살 딸, 4살 아들 둘입니다.
두 달 가까이 이유 모를 냉전이 이어지다가 아내가 이혼을 요구해왔습니다.
갑작스러운 이혼 요구에 왜 그러냐고 물으니 "그냥 같이 살기 싫다, 이렇게 사는 거 지쳤다" 이 말만 반복중입니다. 뭐가 문제인지 말해주면 고쳐보기라도 할 텐데, 아예 대화 자체를 안 하려고 합니다. 제수씨가 중간에서 얘기라도 해보겠다고 나섰는데 "미안한데 이미 결심했다"는 말로 끝이었다고 하네요.
그러다 아내의 가장 친한 언니(이혼하셨고, 술집 운영중이십니다) 에게 답답함을 토로하며 전화를 걸었더니 아내가 불만인점을 슬쩍 귀뜸해주더군요. 들어보니 아래와 같습니다.
■ 맞벌이 얘기
아내의 주장은 "나는 맞벌이에 독박가사, 독박육아까지 한다"입니다.
결혼하고 10년 넘게 집에 들어가는 생활비는 전부 제가 냈습니다.
아이들 보험료도 제가 내고 있어요.
아내가 버는 돈이 집으로 들어온 건 둘이 매달 50만 원씩 넣는 공동적금 정도인데(이걸로 얼마 전에 함께 타는 차를 샀습니다), 그마저도 아내 쪽은 석 달째 안 들어오고 있어요.
올해 장사가 어려워지면서 2월쯤 결혼후 처음으로 "생활비 50만 원만 보태달라"고 했고,
아내도 그러겠다고 해서 50만원씩 4개월 정도 받았습니다.
결혼하고 아내 돈을 생활비로 받아본 건 그게 처음이에요.
아내 논리는 이렇습니다.
"내가 일을 안 하면 내가 쓸 돈을 당신이 줘야 하는데, 그걸 내가 벌어서 쓰고 있으니 맞벌이다."
그러면서 매달 자기 앞으로 나가는 돈이라고 종이에 적어줬는데,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아내 본인 보험, 상조: 약 33만 원
- 계모임: 친정 부모님 계, 친정 오빠 계, 지인들 계 6개, 합쳐서 35만 원
- 공동적금: 50만 원 (현재 석 달째 안내는중)
- 딸 보험 약 16만 원, 딸 교육비 5만 원 (딸 보험은 지금 제가 내고 있습니다)
- 합계 약 136만 원
솔직히 이 목록도 요청해서 결혼 10년 만에 처음 봤습니다.
아내가 미용실을 운영하며 한 달에 얼마를 버는지는 지금도 모릅니다. 아이 둘 앞으로 나오는 나라 지원금이나 바우처도 아내가 관리하는데, 매달 얼마가 들어와서 어디에 쓰이는지 저는 모르고요.
제가 생각하는 맞벌이는 둘이 벌어서 같이 살림하는 건데, 제가 고지식한 건가요?
■ 독박가사, 독박육아
이 부분은 저도 할 말이 없는 게 맞습니다.
아침부터 밤까지 밖에 있다 보니 청소, 빨래, 애들 챙기는 걸 많이 못 했어요.
그건 늘 미안하다고 말해왔고, 지금도 미안합니다.
다만 마음에 걸리는 게 몇 가지 있습니다.
아이들이 아침을 안 먹고 학교랑 어린이집에 갑니다. 점심, 저녁도 거의 밖에서 먹고 오고, 집에서 먹는 날은 엽떡이나 마라탕 같은 배달 음식, 아니면 소시지랑 햄이에요.
요리 못 해도 괜찮으니 시장에서 반찬이라도 사다가 계란후라이 하나 해서 애들 먹이자고 여러 번 말했는데, 매번 "남들도 다 이렇게 산다"로 끝났습니다. 제 밥은 둘째치고 애들만큼은 제대로 먹였으면 해서 한 말이었어요.
그리고 집에 책이라고는 한 권도 없습니다. 큰애는 또래들은 다 한다는 학원이나 학습지도 안 하고요. 가게에서 홈캠을 보면 저녁 풍경이 매일 똑같습니다. 아내는 누워서 TV 보고, 애들은 각자 폰으로 유튜브 보고. 다섯 살 둘째까지요.
일요일 하루 쉬는 날에는 저는 무교지만 아내 때문에 애들 데리고 교회에 가고, 끝나면 애들 데리고 놀러 다닙니다. 어디 갈지 계획은 늘 제가 짰어요. 좀 멀리 가자고 하면 아내는 귀찮다고 빠지는 날이 많았습니다.
■ 그 밖에
부부관계가 없어진 지 오래됐습니다. 아내는 피곤하다는 이유로 거절해왔어요.
퇴근하고 들어가도 "왔어?" 한마디가 없습니다. 누워서 폰을 보거나 돌아누워 있어요. 하루 종일 연락 한 통 없고, 애들 밥은 먹었는지, 당신은 뭐 먹었는지 전화하는 건 늘 저였습니다.
냉전이 시작되기 석 달 전이 결혼기념일이었어요. 제주도 여행을 계획하고 400만 원짜리 금팔찌를 선물했습니다. 기념일마다 금붙이 하나씩은 꼭 해줬고요.
저는 쿠팡에서 산 9천원짜리 팬티 한 장 받았습니다. 받은 걸로 뭐라 하려는 게 아니라, 저 나름대로는 잘하려고 애썼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어서 적었습니다.
몇 년 전에는 장인 장모님 괌 여행도 보내드렸어요.
■ 제일 걱정되는 건 아이들입니다
아내가 딸이 같이 있는 가족 단톡방에서 이혼해달라는 얘기를 합니다.
애 앞에서는 하지 말고 둘이 얘기하자고 했더니 "딸도 알 권리가 있다"고 하더라고요.
딸이 "엄마 혼자 다 하다가 엄마 죽을 것 같다, 아빠가 밉다"고 했다는데, 정작 딸은 최근에도 친구를 데리고 제 가게에 와서 춤추고 놀다 갔습니다. 애가 정말 그렇게 말했는지, 엄마 얘기를 계속 듣다 보니 그렇게 된 건지 모르겠어요.
저는 부모님이 이혼한 집에서 자랐습니다. 그때 겪은 서러움을 제 아이들한테는 절대 물려주고 싶지 않아서, 웬만하면 이혼만은 하고 싶지 않아요.
그런데 애들 앞에서 이혼 얘기가 계속 오가는 지금, 억지로 버티는 게 애들한테 정말 나은 건지도 이제는 잘 모르겠습니다.
■ 여쭤보고 싶은 건
- 아내 방식이 맞벌이가 맞나요? 제가 개념을 잘못 알고 있는 건지 궁금합니다.
- 이유도 말 안 하고 대화 자체를 거부하는 사람과 어떻게 얘기를 시작해야 할까요?
- 아이들을 생각하면 버티는 게 맞을까요, 정리하는 게 맞을까요?
쓴소리도 괜찮습니다. 제가 고칠 게 있으면 고치고 싶어서 올린 글이에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3줄 요약
- 생활비는 10년 넘게 제가 다 냈고 아내 수입은 아내 개인 지출로 쓰는데, 아내는 맞벌이라고 합니다.
- 이유도 말 안 하고 이혼하자며 대화를 거부하고, 딸이 있는 단톡방에서 이혼 얘기를 합니다.
- 이게 맞벌이가 맞는지, 대화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조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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