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층에 사는 아이
저희가 이 아파트로 이사 온 게 3년 전인데 1층에 사는 여자 아이가 자주 베란다 밖을 내다 보면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더라고요.
초등학교 저학년 정도로 보였는데 얼마나 귀엽고 밝게 인사를 하는지 부모님이 참 잘 키웠다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매번 베란다에서 인사를 할 때 고개 둘려서 쳐다 보면 옆에 할머니가 같이 계시더라고요. 밖에서 우연히 만날때도 부모님은 한 번도 못 본 것 같아요.
처음에는 부모님이랑 할머니가 같이 사나 보다 했는데 시간 지날수록 할머니랑 사는 아이라는 걸 알 수 있었어요. 부모님이 다른 지역에서 일을 해서 주중에만 맡기는 건가 했는데 주말에도 집에 있더라고요.
언젠가부터 아이가 인사하는 소리를 들을 수가 없 었어요. 그 대신 할머니가 야단치는 소리 아이가 대드는 소리가 자주 들리기 시작했어요. 1층인데다 베란다 문을 항상 열어놓으니 밖으로 소리가 다 들려요
어떤 날은 제가 차에 타서 잠시 출발하기 전에 핸드폰을 보고 있는데 마침 그 집 뒤쪽이었어요. 거기가 그 아이의 방이었는지 할머니가 나가서 운동하자고 계속 재촉하시고 아이는 싫다고 떼쓰고 할머니랑 아이가 계속 싸우더라고요. 그러다 잠시 후 저는 차를 출발했는데 바깥에서 할머니랑 아이가 산책을 하고 있더라고요. 오랜만에 봤는데 아이가 살이 많이 쪄 있었어요. 그래서 할머니가 운동을 시키시려고 했던 것 같아요.
그 이후로도 자주 할머니 고함소리 거기에 맞서는 아이 악쓰는 소리가 자주 들리더라고요.
오늘 아침 좀 전까지
아이가 울며 불며 한참을 대성통곡을 하네요
등교전 할머니랑 무언가 트러블이 있는 모양이에요. 저도 사춘기 아이를 키워봐서
충분히 이해가 되는 상황이고 시끄러운 건 문제가 되지 않는데 아이 우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마음이 아파요. 아이가 그냥 떼쓰듯이 우는 게 아니라 정말 울분에 차서 악을 쓰면서 울어요. 저 울음의 근간이 무엇일까 생각하게 되고 이유는 모르지만 마음이 아프네요.
날이 추우니 할머니는 옷을 따뜻하게 입으라고 하고 아이는 자기 맘대로 입겠다고 했거나
아니면 빨리 일어나서 학교 갈 준비하라고 하는데 안 일어나고 누워있으니 할머니가 혼냈거나
아니면 밥 먹으라는데 안 먹고 핸드폰 보고 있었을 수도 있겠죠.
이유는 모르겠지만 할머니는 또 얼마나 힘드실까 저 연세에 초등 고학년 아이 앞으로 더 심해질 텐데 어떻게 감당하실까 걱정이 되네요. 3년 전 모르는 사람에게도 해맑게 웃으며 베란다 밖으로 손 흔 들던 그 아이가 무엇 때문에 저렇게 매일 울분에 찬 울음을 토해내는 걸까요
차라리 밖으로 저렇게 소리 지르면서 우는게 혼자서 방문 닫고 숨어 들어 가는 것보다 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기는 해요
아무튼 아이도 할머니도 참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마음이 안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