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라는 사람과 이제는 정말 거리를 두고 싶습니다. ...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제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한번 해보려고 합니다. 글이 길더라도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희 부모님은 제가 어렸을 때부터 사이가 굉장히 좋지 않았습니다. 두 분 다 술을 좋아하셨고, 술만 마시면 싸움이 시작됐습니다. 아빠는 엄마에게 폭력을 행사했고, 엄마는 분을 이기지 못해 칼로 자해를 했습니다. 동네에 119와 경찰차가 오는 일도 다반사였고, 엄마가 피투성이가 되어 병원에 실려 가는 일도 반복됐습니다.
어린 저희는 엄마가 술을 마시고 늦게 들어오는 날이면 면도칼이며 식칼 같은 위험한 물건들을 베개 밑에 넣어두고 덜덜 떨면서 엄마를 기다렸습니다. 엄마가 또 무슨 일을 벌일까 봐 무서웠던 거죠.
엄마는 아빠가 만들어 놓은 빚을 갚기 위해 다방에서 일하셨고, 아빠는 바람과 유흥을 굉장히 좋아했습니다. 밖에서는 다른 사람들에게 돈을 펑펑 쓰면서 정작 가족에게는 무관심했고, 엄마에게 폭력을 행사하면서 육아나 집안일은 전혀 도와주지 않았습니다. 할머니 역시 엄마에게 온갖 시집살이를 시키며 괴롭혔습니다.
두 분은 저희가 어렸을 때 한 번 이혼했다가 다시 합쳤고, 그렇게 억지로 가정을 유지하며 살았습니다.
그러다 제가 초등학교 4학년 때 일이 터졌습니다.
엄마가 다방에서 만난 남자와 바람이 났고, 저희가 학교에 간 사이 편지 한 통만 남겨놓고 집안의 짐을 전부 챙겨서 집을 나갔습니다. 전화번호까지 바꾸고 그대로 사라졌습니다.
저희는 엄마가 돌아오기를 기다렸지만 몇 년 동안 연락조차 제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나중에야 다시 연락이 닿아 어쩌다 한 번씩 만나는 정도가 됐습니다.
이전 동네에서 부모님의 반복적인 폭력과 자해 사건으로 경찰과 구급차가 오가는 일이 너무 많았기 때문에 엄마가 집을 나간 뒤 저희는 다른 동네로 이사했습니다.
하지만 아빠도 저희에게 관심이 없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택시 일을 하면서 집에 잘 들어오지도 않았고, 저희가 학교에 가는지 안 가는지조차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자연스럽게 저는 아침에 일어나 학교에 가는 것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고, 결석과 지각이 반복됐습니다.
그때부터 제 인생은 정말 지옥이었습니다.
큰고모가 목사님이셨는데, 저를 정신병원에 감금시켰고 이후에는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기도원에 저를 데려가 무려 6개월 동안 가둬뒀습니다.
당시 제 나이는 고작 13살이었습니다.
그곳에서 저는 성폭행을 당했고, 죽기 직전까지 맞았으며, 노동착취와 성희롱까지 당했습니다. 어린아이가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결국 그곳에서 탈출해 경찰서로 가서 아빠에게 연락했지만, 저를 데리러 온 사람들은 결국 그 기도원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날 저는 옷까지 전부 벗겨진 채 드라이기 전기줄로 심하게 폭행당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어떻게 그런 일이 어린아이에게 일어날 수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아빠가 엄마에게 연락했습니다.
제가 사춘기라 말썽을 부리고 있고 엄마가 필요할 것 같다며, 둘째가 현재 병원에 있다고 연락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엄마의 대답은 생각해 보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를 보러 오지도 않았고, 결국 전화번호까지 바꾸고 또다시 잠수를 탔습니다.
언니가 고등학교에 입학할 때도 교복을 사주겠다고 약속해 놓고 교복을 사러 가기로 한 전날 또 전화번호를 바꾸고 사라졌습니다.
엄마는 저희에게 최소한의 양육도, 부모로서의 책임도 다하지 않았습니다.
양육비는 커녕 용돈 한 푼 제대로 받아본 기억도 없습니다.
그렇다고 아빠가 좋은 아빠였다는 건 아닙니다. 아빠 역시 저희를 방치했고, 어린 시절 저희가 겪었던 일들에 큰 책임이 있는 사람입니다. 다만 지금은 많이 변하셨습니다. 본인의 인생을 후회하고 계시고, 저희에게 잘해주려고 노력하십니다.
문제는 엄마입니다.
저희가 20대가 되고 나서는 엄마가 사는 곳과 거리도 가까워져서 자주 만나고 지냈습니다.
엄마는 만날 때마다 저희에게 염치가 없다, 내 새끼들에게 너무 미안해서 할 말이 없다는 이야기를 하며 울곤 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엄마와 만나서 하는 이야기는 늘 똑같았습니다.
아빠 욕, 할머니 욕, 현재 같이 사는 남자 욕, 과거 시집살이 이야기.
그 이야기를 10년이 넘도록, 거의 15년 가까이 반복해서 들었습니다.
특히 엄마와 같이 사는 남자는 정말 문제가 많은 사람입니다.
엄마와 법적으로 재혼한 사이도 아니고 사실혼 관계입니다.
그 사람은 엄마가 식당에서 힘들게 일해서 번 돈으로 도박을 하고, 몇억씩 돈을 쓰기도 했다고 합니다. 엄마를 종 부리듯 부리고 손 하나 까딱하지 않으면서 대접만 받으려고 하는 사람입니다.
단순히 저희에게 잘해주지 않는 정도가 아닙니다.
대리운전기사나 식당 종업원들, 특히 어린 여자들에게도 반말을 찍찍 하고, 자기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바로 욕부터 하는 사람입니다. 본인 기분에 따라 다른 사람들을 함부로 대하고 무시하는 모습을 자주 보입니다.
신용불량자이고, 자기 친딸도 제대로 돌보지 않고 사실상 버리다시피 하며 망나니처럼 살았던 사람이라고 합니다. 그 사람의 친딸조차 아버지와 연을 끊고 지낼 정도입니다.
그런 사람이 엄마를 만나서 그나마 사람 구실을 하는 것처럼 살고 있는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엄마는 평소에 저희에게 그 남자 욕을 정말 많이 합니다.
그 사람이 얼마나 못됐는지, 얼마나 자기를 힘들게 하는지 매일같이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저희가 듣다 못해 그 사람 진짜 이상한 사람 이라고 하면 갑자기 태도가 바뀝니다.
그래도 불쌍한 사람이다, 그 나이에 오토바이 배달하면서 열심히 살지 않았냐, 그 사람이 없었으면 엄마가 식당도 못 했을 거다,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그러면서 헤어지지는 못하겠다고 합니다.
그러다 며칠 지나면 또 그 남자 때문에 못 살겠다며 울고불고 욕을 합니다.
이런 패턴이 매번 반복됩니다.
정말 지긋지긋합니다.
엄마가 그 사람과 살든 헤어지든 그건 엄마의 선택인데, 왜 저희가 매번 그 사람의 욕을 들어줘야 하고, 또 그 사람을 불쌍하게 여겨줘야 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엄마에게는 또 다른 문제가 있습니다.
엄마는 조금이라도 본인 기분이 상하거나 저희와 의견이 맞지 않으면 너무 쉽게 관계를 끊겠다는 말을 합니다.
"그냥 보지 말고 살자."
"앞으로 서로 보지 말자."
이런 말을 너무 쉽게 내뱉습니다.
실제로 그런 식으로 말하고는 1년 가까이 저희를 보지 않은 적도 있습니다. 이런 일을 한두 번 겪은 게 아닙니다. 본인 기분이 조금만 상하면 보지 말고 살자는 식으로 관계를 끊었다가, 시간이 지나면 다시 연락하고 만나는 일을 계속 반복해 왔습니다.
자식들에게는 그런 말 한마디가 얼마나 상처가 되는지 생각조차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특히 저에게는 더 심합니다.
엄마는 언니랑 동생에게는 어느 정도 눈치를 보고 조심스럽게 행동하면서, 제가 편하다는 이유인지 저에게는 유독 함부로 대합니다.
저는 엄마의 하소연을 가장 많이 받아주는 사람이었고, 술만 마시면 걸려 오는 전화도 받아주고 엄마의 감정적인 이야기를 들어주는 역할을 해왔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저는 엄마의 딸이 아니라 엄마의 감정 쓰레기통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번에 동생이 결혼을 했습니다.
그런데 결혼식에 엄마와 같이 사는 남자가 오지 못하는 건 당연한 일 아닌가요?
그 사람은 저희를 키운 것도 아니고, 저희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제대로 해준 적도 없습니다. 진심으로 결혼을 축하한다는 말조차 제대로 해준 적이 없습니다.
엄연히 저희의 아버지도 아니고, 막내의 입장에서는 친아버지가 따로 있는데 왜 그 사람까지 챙겨야 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결혼식이 끝나고 나서 그 남자가 엄마에게 따졌다고 합니다.
결혼식이 끝났으면 자기한테 와서 밥이라도 사는 게 당연한 거 아니냐면서, 자기는 엄마와 자식들에게 뭐냐고, 버릇없다는 식으로 욕을 했다는 겁니다.
정말 어이가 없었습니다.
본인이 저희를 키우기를 했나요? 저희에게 뭘 해줬나요?
평소에는 짜증만 내고 무시하면서 어버이날이며 생일이며 대접받기를 원합니다.
심지어 엄마는 그 남자 생일이 다가올 때마다 저희에게 전화해서 케이크를 사 오라고 하고, 생일선물로 10만 원씩 보내주면 안 되겠냐고 요구합니다.
엄마 생일도 아니고, 저희가 왜 그 남자의 생일까지 챙겨야 하나요?
그런데도 저희는 몇 년 동안 그 요구를 들어줬습니다.
그 남자가 좋아서가 아닙니다. 엄마가 그 사람 눈치를 보는 게 싫었고, 엄마가 그 사람 때문에 힘들어하는 게 싫어서 엄마를 위해 해준 겁니다.
그런데 이제는 저희도 지쳤습니다.
이번 일이 있기 전에도 엄마는 언니의 결혼식 때 비슷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결혼식이라는 자리에서 어쩔 수 없이 친아빠와 엄마가 마주쳐야 하는 상황이 생겼는데, 그때 엄마와 같이 사는 남자가 질투를 한 건지 뭔지 엄마에게 "그냥 애들아빠랑 다시 살아라"는 식으로 이야기했다고 합니다.
자식의 결혼식이라는 중요한 날에도 본인의 질투와 감정이 먼저였던 것 같습니다.
엄마는 항상 말로는 자식들밖에 없다고 하지만, 정작 행동을 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저희보다 그 남자를 더 우선순위에 두는 것 같고, 저희는 엄마의 외로움과 분노를 받아주는 사람들일 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 동생 결혼식에서도 또 일이 있었습니다.
엄마가 동생에게 축의금으로 봉투 몇개 받은것도 있고 해서 신혼여행 갈 때 100만 원을 주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여행에서 돌아온 뒤 그 남자에게 밥을 사라고 이미 그 남자한테 너가 밥 사겠다고 다 말을 해놨다고 해서 동생이 그건 글쎄? 조금 고민해 보겠다고 했다고 합니다.
그러자 엄마가 갑자기 저에게 전화해서 하는 말이,
"나 막내 돈 그냥 안 주려고."
이러더군요.
심지어 원래 엄마가 먼저 막내에게 먹고 싶은 반찬 리스트를 보내라고 해서 막내가 리스트까지 보냈는데, 갑자기 이것저것 핑계를 대면서 반찬을 해주기도 좀 그렇다는 식으로 말을 바꿨습니다.
결국 그 남자에게 밥을 사는 걸 고민해 보겠다는 말 한마디에 기분이 상해서, 주기로 했던 돈도 안 주고 해주기로 했던 반찬까지 안 해주겠다는 거잖아요.
이게 정말 엄마가 자식에게 할 행동인가요?
저는 엄마가 너무 유치하다고 생각합니다. 자식에게 뭔가를 해줄 때조차 항상 기브앤테이크를 따지는 것 같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 해주면 잘해주고, 조금이라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약속했던 것까지 뒤집어버립니다.
그리고 술만 마시면 또 전화해서 자기 하소연을 합니다.
저희가 정신과 상담이라도 받아보면 조금 편해질 수 있지 않겠냐고 조언을 해줘도 본인이 듣고 싶은 말만 골라 듣습니다.
조금이라도 엄마와 다른 의견을 이야기하면 갑자기 화를 내면서 이런 말을 합니다.
"너희가 나를 무시하냐?"
"내가 너희 못 키웠다고 지금 나한테 이렇게 하는 거냐?"
"너희 진짜 싸가지 없는 거 아니냐?"
그럴 때마다 정말 답답합니다.
엄마가 저희를 키우지 못했다는 사실을 저희가 평생 들춰내며 원망하고 싶어서 이러는 게 아닙니다.
어린 시절 엄마가 집을 나갔을 때 저희가 얼마나 무서웠을지 생각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13살에 그런 끔찍한 일을 겪고 경찰서에서 아빠에게 연락했을 때조차 엄마가 저를 보러 와주지 않았던 그 기억은 아직도 제 안에 남아 있습니다.
엄마가 저희에게 해주지 못했던 것들을 이제 와서 돈으로 보상하라는 것도 아닙니다. 과거를 돌려놓으라는 것도 아닙니다.
그저 이제는 엄마가 자식들을 조금이라도 자식답게 대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자신이 힘들 때만 찾고, 술 마시면 전화해서 감정 쏟아내고, 본인의 남자 문제까지 저희가 이해하고 해결해 주기를 바라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엄마가 선택한 인생은 엄마의 인생이지, 저희가 책임져야 할 인생은 아니잖아요.
엄마가 그 남자와 살기로 선택했다면 그건 엄마의 선택입니다. 그렇다고 저희까지 그 사람을 가족처럼 대접하고 생일까지 챙기고, 엄마의 눈치를 보며 살아야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희도 이제 각자의 가정을 꾸리고 살아가야 하는 나이가 됐습니다.
그런데 엄마는 여전히 저희에게 본인의 감정과 상황을 이해해 달라고만 합니다. 본인 기분이 상하면 보지 말자고 하고, 자식들이 자기 뜻대로 움직이지 않으면 약속했던 것까지 뒤집어버립니다.
저는 이제 정말 지칩니다.
어린 시절에는 부모님 때문에 힘들었고, 성인이 된 지금까지도 엄마 때문에 마음이 편할 날이 없습니다.
엄마라는 존재가 누군가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편안하고 든든한 존재일 수 있겠지만, 저에게는 오히려 가장 큰 상처이자 스트레스입니다.
엄마를 미워하는 제가 잘못된 걸까요?
이제는 엄마의 전화를 받기도 싫고, 하소연을 들어주기도 싫고, 그 남자 생일을 챙기는 것도 싫습니다.
엄마가 기분 나쁘면 또 보지 말고 살자고 하겠죠. 이제는 그런 말에도 상처받고 싶지 않습니다.
그동안 충분히 참았고, 충분히 맞춰줬다고 생각합니다.
엄마가 힘들게 살아온 인생도 이해하려고 노력했고, 엄마가 선택한 남자까지 엄마를 위해 배려해 왔습니다. 하지만 그 배려가 당연한 권리처럼 여겨지는 순간 더 이상은 못 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는 저도 제 인생을 살고 싶습니다.
제가 너무 매정한 딸인가요? 아니면 이제라도 엄마와 거리를 두고 살아도 되는 걸까요?
비슷한 경험을 하신 분들이 있다면 조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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