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노트북 켜놓고 씻으러 들어갔길래 날씨 보려다가 회사 메신저 창이 떠있는걸 봤어요 안 보려고 했는데 맨 위에 있는게 팀장님 이였어요 여자 팀장이고 남편보다 두살 어린걸로 알아요 대충 정리하면 이래요 팀장님 오늘 고생 많으셨어요 ㅎㅎ 내일 점심은 그 국밥집 또 가요 거기 깍두기 생각나네 비오는데 우산은 챙기셨어요? 팀장 쪽에서는 과장님 덕분에 살았어요 진짜 ㅠㅠ 이러고요 이게 하루치예요 스크롤 올려보니까 거의 매일 이런 식이더라구요 업무 얘기도 물론 있는데 중간중간 저런게 끼어있어요 우산 챙겼냐는 말은 저한테도 안해요 결혼 12년동안 한번도 그러고 보니 지난달 회식때 늦게 들어온 날도 팀장님 집 방향이 같아서 택시 같이 탔다고 지나가듯 말했었거든요 그때는 아무렇지 않게 들었는데 지금은 그것까지 걸려요 핸드폰 비번도 서로 알고 평소에 뭘 숨기는 사람도 아니라서 더 당황스러웠어요 메신저를 지우거나 한 흔적도 없고 그냥 다 열려 있더라구요 그게 아무 사이 아니라서 그런건지 제가 노트북은 안 볼거라고 생각한건지 모르겠어요 주말에 애 학원 데려다주는 길에도 계속 그 생각만 났어요 국밥집 깍두기가 뭐라고 진짜 근데 문제는 제가 남편 메신저를 몰래 본거잖아요 따지자니 왜 남의 메신저 봤냐고 하면 할말이 없고 가만있자니 매일 국밥집 같이 가는게 계속 생각나고 어제 저녁에 슬쩍 요즘 점심 누구랑 먹냐고 물었더니 그냥 팀사람들이랑 이러는거예요 팀 사람들이 몇명인지는 모르겠지만 메신저엔 둘 얘기밖에 없었는데요 남편은 원래 말이 다정한 사람도 아니에요 저한텐 밥먹었어? 응 이게 다고요 그래서 더 이상하게 느껴지는것 같아요 제 생일날도 케이크는 사왔는데 카드 한장 없었던 사람이 팀장한텐 깍두기 얘기까지 하는게 좀 웃기기도 하구요 제가 질투하는건지 의심하는건지 저도 헷갈려요 친구한테 말했더니 회사에서 그 정도는 다들 한다고 너무 앞서가지 말래요 다른 친구는 우산 얘기에서 끝났다고 하고요ㅋㅋ 둘 다 맞는 말 같아서 더 헷갈려요 저도 제가 이렇게 메신저 몇 줄에 하루종일 신경쓰는 사람인줄 몰랐어요 일단 오늘은 모른척 했어요 근데 저녁에 남편이 비온다 우산 챙겨 이러는데 그 말에 왜 웃음이 나던지 민망해서 그냥 화장실 들어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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