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여섯에 결혼해서 이제 1년 조금 넘었습니다. 지금은 이직 준비 중이라 잠깐 쉬고 있고 아내가 회사를 다니고 있어요. 이 얘기를 먼저 하는 이유가 있어요. 제가 쉬고 있다는 게 처가에서는 거의 모든 일의 이유가 되거든요. 저희가 싸우면 30분 안에 장모님 전화가 옵니다. 농담 아니고 진짜예요. 지난주에 제가 설거지를 아침에 하겠다고 미뤄뒀다가 아내랑 언성이 좀 높아졌어요. 아내가 방에 들어가더니 20분 뒤에 제 폰이 울리더라고요. 장모님이 김서방 집에 있으면서 설거지 하나를 못 하냐고 하시는데 할 말이 없었어요. 설거지 하나로 장모님 전화를 받을 줄은 몰랐습니다. 이게 한두 번이 아니에요. 제가 친구 결혼식 축의금을 10만 원 낸 것도, 게임하다 새벽 2시에 잔 것도, 지난 주말 어머니 생신에 혼자 다녀온 것도 장모님이 다 아세요. 어머니 생신은 아내가 피곤하다고 안 간다고 해서 혼자 간 건데 장모님은 제가 아내를 안 데려간 걸로 알고 계셨어요. 그날 저녁에 장모님이 아내한테 시댁 가는 것도 혼자 보내는 사람이랑 어떻게 사냐고 하셨대요. 아내는 그 말을 저한테 그대로 전하면서 엄마가 오해한 거라고 웃더라고요. 오해를 만든 게 누군데요. 아내한테 우리 둘 일은 우리끼리 해결하자고 했어요. 그랬더니 엄마한테 말도 못 하냐고, 그럼 자기는 어디다 털어놓냐고 오히려 화를 내요. 털어놓는 건 이해해요. 저도 친구한테 털어놓긴 하니까요. 근데 털어놓은 게 매번 장모님 전화로 돌아오니까 문제죠. 억울한 건 저는 저희 어머니한테 아내 얘기를 한 번도 한 적이 없다는 거예요. 엄마가 며느리 잘 지내냐고 물으시면 늘 잘 지낸다고만 했어요. 아내가 저희 집에서 서운한 말 들을까 봐요. 그런데 정작 저는 처가에서 백수 사위, 설거지 안 하는 사위, 새벽까지 게임하는 사위가 돼 있어요. 처제까지 저를 보면 오빠 요즘 집에서 뭐 해요? 하고 웃는데 그 웃음이 무슨 뜻인지 다 알 것 같아요. 장인어른은 말씀은 없으신데 지난번 식사 자리에서 저한테만 물을 한 번도 안 따라주셨어요. 사소한 건데 그런 게 더 크게 느껴집니다. 아내는 제가 예민하다고 해요. 다음 달이 장인어른 생신인데 벌써 가기가 싫습니다. 가면 또 다들 아는 얘기로 저를 쳐다보실 테니까요. 이번엔 미리 면접 일정이라도 하나 잡아두고 가야 하나 싶어요. 그래야 백수 사위 소리는 한 번이라도 덜 듣겠죠.
📰
이슈
-
·
-
·
0
|
댓글 0
댓글을 작성하려면 회원 로그인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