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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어른 제사는 우리 집에서, 우리 아버지 제사는 안...

형수님 얼굴 뵐 면목이 없어서 글 씁니다. 길어도 양해 부탁드립니다. 장인어른이 재작년 겨울에 돌아가셨습니다. 처남은 외국에서 일하고 있어서 1년에 한 번 들어올까 말까 합니다. 장례 끝나고 아내가 제사는 우리 집에서 지내자고 했습니다. 엄마 혼자 상 차리시기 힘들고 오빠는 없으니 우리가 해야 한다고요. 저도 그건 당연하다고 생각했고 군말 없이 그러자고 했습니다. 그렇게 두 번을 우리 집에서 지냈습니다. 장보기는 제가 했습니다. 아내가 적어준 목록 들고 새벽 시장에 갔습니다. 전은 아내랑 같이 부쳤고 상 펴고 치우는 건 제가 했습니다. 장모님은 오셔서 절만 하시고 가셨고 저는 그것도 괜찮았습니다. 돌아가신 분 모시는 일에 누가 더 하고 덜 하고 따지고 싶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저희 아버지 제사입니다. 저희 집은 형님 댁에서 제사를 지냅니다. 결혼하고 이십 년 가까이 아내는 거의 빠지지 않고 다녔습니다. 그런데 장인어른 제사를 우리가 맡기 시작한 뒤로 아내가 본가 제사에 오지 않습니다. 첫해에는 몸이 안 좋다고 했고 올해는 대놓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우리 아빠 제사도 지내는데 시댁 제사까지 다 챙기는 건 무리다 당신 혼자 다녀와 혼자 갔습니다. 형수님이 제수씨는 어디 아프시냐고 물으시는데 할 말이 없었습니다. 집에 와서 아내한테 얘기했습니다. 나는 장인어른 제사 장보고 상 차리고 다 했는데 당신은 우리 아버지 제사에 와서 절 한 번 하는 것도 못 하냐고 아내 대답은 이랬습니다. 그건 당신이 사위로서 할 도리고 나는 이미 이십 년 넘게 시댁 도리 다 했다 이십 년 했으니 이제 그만해도 된다는 말이 저는 잘 이해가 안 됩니다. 그럼 제가 장인어른 제사를 이십 년 지내면 저도 그만해도 되는 건가요. 더 억울한 건 처남입니다. 지난달에 한국 들어와서 장모님 모시고 저희 집에 왔는데 제사 얘기 나오니까 매형 고생 많으시다 한마디 하고 끝이었습니다. 제사 비용 얘기는 꺼내지도 않았습니다. 장남이고 아들이고 상주였던 사람입니다. 제가 처가 일을 하기 싫다는 게 아닙니다. 다만 우리 집 제사는 그만 와도 되고 처가 제사는 당연히 우리 집이 맡는 그 기준이 뭔지 모르겠습니다. 아내한테 이 얘기를 다시 꺼내면 또 이십 년 얘기가 나올 겁니다. 그래서 요즘은 그냥 말을 안 합니다. 다음 달이 장인어른 기일입니다. 장보기 목록은 벌써 냉장고에 붙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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